부부로 산다는 것
저녁 식탁에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아내가 묻는다.
“오늘은 별일 없었어요?”
“나야 뭐 별일 있을 게 있나? 당신은?”
“아이고 요새 아이들 데라졌더라.”
“왜?”
“오전에 필라테스 가는 데, 그 왜 뒷길에서 올라가는 골목 있잖소?
어린이집 차들 종종 대 놓는데 말이요.”
“그럼, 알지.”
"거기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딸아이 하나가 우짜고 있는지 알아요?”
“우쨌길래?”
“아 글쎄 와리바시 사이에 담배를 끼워가지고 그 놈의 담배를 뽁뽁 빨고있지 않겠소!”
“그게 무슨 말인고?”
나는 처음에 이쑤시개로 잘 못 알아듣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헤이 이 양반이, 그게 와 이해가 안 가노?
와리바시로 담배 중간을 반찬 집어 올리듯 요래 집어가지고 피고 있더라 카이.”
“야~ 그 참 기발한 아이디어네. 그렇게 하믄 손에 담배 냄새가 안배이겠네.”
“아이고, 경험자가 다르긴 다르네. 그란다꼬 입에서 냄새가 안 나나? 옷에서 냄새가 안 나나?”
“그야 그렇지.”
“내가 그 꼴이 하도 기가 차서 가만히 쳐다봤는데. 아~ 그노무 가시나가 지나가는 똥개 쳐다보듯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그냥 하던 짓 계속하지 않겠소.”
“그래서 우쨌는데?”
“내가 마~, 확 뒤통수를 한 대 갈기면서 아이구, 아이구, 이노무 가스나야, 니 벌써부터 이래 담배 피워가지고서 나중에 우짤라꼬 그라노?.....”
내가 깜작 놀라
“어허이, 그랬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라꼬? 요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래?”
“아이고, 남의 말 좀 끝까지 들어 보소. 내가 실제로 그랬다는 게 아니고 그래 해 주고 싶더라~ 이 말이요.”
“그런데 당신 어데 찔리는 데가 있나 와 그래 자꾸 그 딸아이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요? 하기사 당신도 10대 때부터 담배 피웠다메?”
“야 이 사람아, 그래도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만 18세, 성인이 되고 난 후부터 피웠지 고등학생 때는 안 피웠다고.”
“아이구 용타, 그래서 아침마다 밥상머리에 심장약 한 웅큼씩 놔두고 드시는 구만.”
원래 우리 집사람이 과장법을 동원하여 사람을 희화화(戱畵化)하는데 아주 능해요.
“ㅎㅎ 맞다, 다음에 그 아이 또 만나면 한 마디 더 해줘야 겠다.”
“야! 니 그래 담배 피워댔다간 나이 들어서 밥상머리 위에 심장약 한 웅큼씩 놔두고 먹어야 할 테니 알아서 해라.”
“어허~이, 거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져가지고서리 밥 맛 떨어지게 만드네.”
하지만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노? 내가 지은 죄값 내가 받는 것이지.
오늘 하나 배웠다.
아무리 부창부수(夫唱婦隨)라지만 마누라 말에 장단을 맞출 때는 이 공이 어디로 튈지 잘 살펴가며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