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우리가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이것이 내 호주머니에 들어있으면 마음이 뿌듯할까요?
이것으로 내게 무언가를 사주면 내가 흡족해할까요?
이 동전을 다른 사람에게 감사의 표시로나 선물로 주면 상대가 만족할까요?
이 동전을 10살짜리 아이에게 상으로 주면 기뻐할까요?
이 동전을, 한 푼 적선해달라며 손을 내미는 걸인에게 쥐여 주면 고마워할까요?
아마 대부분은 부정적인 답을 하실 겁니다.
그러면 별 쓸모없는 이 동전을 그냥 버릴까요?
그렇게는 못 하겠지요. 왜? 아까워서.
하지만 이 하찮아 보이는 동전도 쓰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가치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 그 비법을 공개하겠습니다.
한번 따라와 보실래요?
먼저 퀴즈를 하나 내지요.
1) 아래 물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2) 높은 가격순대로 나열하면?
정답:
1) 이들 모두 가격이 500원 이하다.
2) ① 하루 견과 – 467원 ② 마스크 – 346원 ③ 생수 500 ml - 200원
(물론, 이것은 제가 구매한 가격입니다.)
아무튼, 이런 500원어치도 안 되는 물건으로 무얼 하면 극대의 가치를 발휘할까요?
저의 답은 - 아니, 저의 경우라는 게 더 맞겠지요 -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직원분들께 나누어주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냐고요?
저는 장애인이라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직원들이 차량 앞 유리에 부착된 장애인 차량 마크와
내가 내미는 장애인 통행증을 확인한 후 그냥 통과시켜줍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저렇게 온종일 똑같은 단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그 업무가 얼마나 재미없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 ‘의원’은 제외하고, 일단 수납창구가 따로 있는 ‘병원’이란 곳에 환자로 가 보았을 때,
그 수납창구에 근무하는 아가씨 중에 웃으며 응대하는 사람을 여태껏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 톨게이트 직원 중에는 돈도 안 되는 나 같은 사람을 통과시키면서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이 제법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제가 감동을 받았지요.
“야~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저들이야말로 진정한 직업인이다!”라는 감탄과 함께
일종의 존경심마저 생겼습니다.
그러던 차.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하루 한 장씩 지급되는 마스크도 있고
아내가 인터넷에서 미리 사놓은 것들도 많아 여유가 있었지요.
그래서 ‘저런 아름다운 이들에게 이럴 때 마스크 한 장이라도 선물하면 얼마나 힘이 날까?’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실천해보았습니다.
“아이고~ 수고 많으십니다.” 하고, 웃으며 마스크 한 장을 건넸지요.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다들 얼마나 고마워하고 기뻐하는지!
마스크를 낀 얼굴임에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제게 전해져 왔지요.
서로 나누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이때만큼 피부로 와닿은 적은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제가 더 행복했습니다.
마스크 대란이 끝나고 나자 이제 품목을 좀 다양화해야겠다 싶어
위의 두 가지를 인터넷에서 골라 항상 차에 싣고 다니지요.
물론, 마스크는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는 선물이고요.
위의 항목들은 저에게도 다 필요한 것입니다.
저들을 내가 필요로 해서 내 돈으로 사서 내가 쓸 때는 그저 ‘돈값하네’ 하는 정도의 감정뿐이었는데
이걸 남에게 주고 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요.
여기에 재미를 붙여 병원에 가면 주차요원, 청소부 아줌마, 식당 아줌마, 인사 잘하는 간호사 등에게도
곧잘 나누어주게 되었습니다.
역시, 다들 좋아하더군요.
부담 없는 물건 하나로 서로 정을 주고받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살이에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소소하고도 소중한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혼자 누리기에 너무 아까운 즐거움이라 제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분들께 살짝 공개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 다 같이 이런 정 나누는 재미에 동참해 보지 않겠습니까?
굳이 톨게이트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관심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그 대상은 온천지에 널려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