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을 잇는 우정의 강물
Dear Reiko,
먼저, 어머니의 일은 너무나 유감입니다.
두 분께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머니의 치료 문제에 대해 우선 의사의 관점에서 내 견해를 밝히겠습니다.
내가 만약 그녀의 주치의라면 뇌종양 제거 수술은 권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게이꼬 씨 같은 환자에게 그런 수술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클 뿐 아니라 비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상태가 지금보다 호전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환자의 친구 된 처지에서 말하겠습니다.
나는 수술뿐 아니라 화학요법도 반대합니다.
그런 치료로 어머니의 생명이 얼마나 연장될까요? 그런 몸 상태로는 아마 6개월도 못 버텨낼 겁니다.
단순히 생명만 연장시킬 목적으로 환자의 몸에 온갖 의료기구를 붙여 놓고 지속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말 못 하고 죽어가는 사람에게 산 자가 가하는 일종의 고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별의 고통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려 하지만 '삶은 죽음을 향한 여정이요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절망적인 병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을 때, 뒤에 남을 자들이 할 일은 그가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이라도 지키면서 평안한 종말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제 어머니를 자유롭게 놓아주세요.
그리고,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죄책감도 느낄 필요 없습니다.
그동안 당신들은 할 만큼 했습니다.
당신에게 이런 냉정한 조언을 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나 아니면 또 누가 이런 말을 해주겠습니까?
Dear Dr, Han,
당신의 따뜻하고 지혜로운 메시지에 대단히 감사합니다.
어제 내 동생과 나는 병원에서 어머니 주치의들과 두 번에 걸친 콘퍼런스를 가졌습니다.
나는 집을 나서기 전에 당신의 편지를 읽은 상태인지라 그 회의실에는 마치 당신이 내 곁에 앉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 덕분에 나는 의사들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더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우리는 어머니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지 않을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단지 자식으로서 할 만큼 했다는 느낌을 가지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와 시술로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데 동생도 동의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나누어 주고 우리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실은 그동안 내가 당신에게 내 어머니 상태에 대해 편지를 쓸 때마다 약간의 망설임을 가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수년 동안 어머니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당신에게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하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녀가 무얼 염려해서 그리 당부했는지 말 안 해도 잘 압니다.
만약 그런 말을 하면 당신은 한 사람의 친구로서 심플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간절한 책임감을 가지고 반응할 것이며 그 결과, 당신이 편지를 쓸 때 단어 하나하나 골라 쓰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특히 어머니는, 안 좋은 소식으로 당신을 상심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지요.
어머니는 그동안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썼고 당신은 친절하게도 내가 꼭 필요로 하는 정보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문제로 이렇게 당신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당신과 내 어머니와의 특별한 우정 덕분입니다.
내가 어머니 문제로 터놓고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당신과 내 여동생, 둘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동안 친인척들과 거의 연을 끊다시피 하고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나는 결코 멜로드라마 같은 감정을 갖고 싶진 않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느낌이 드는 걸 지울 수 없네요.
'내 어머니가 수십 년 전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은 자신의 생을 평온하게 마감하기 위해서였나 보다.'
(I do not want to be melodramatic, but honestly I feel as if she met you tens of years ago to conclude her life in a peaceful set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