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와 선택의 기로

한·일을 잇는 우정의 강물

by 한우물

대장암으로 수술 받은 적이 있고 현재는 임파종과 재생불량성빈혈로 정기적인 수혈 없이는 살 수 없는 85세 노인이다. 게다가 잇몸이 안 좋아 평소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한동안 바깥출입도 못한 채 허구한 날 집에만 있던 사람이다.


아무리 가까운 나라라 하지만 명색이 해외여행이다.

아침 일곱 시쯤 집을 나와서 오후 10경에야 집에 도착했다.

세 시간 동안 배를 타고, 한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넘게 자동차를 탔다.

또한 다리가 풀릴 만큼 많이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다 종래에는 엉덩이를 돌계단에 찧는 외상까지 입었다.


그 정도로 무리를 했으니 온 기()가 다 빠져 귀국 후 급격히 상태가 나빠질까 봐 많이 걱정했다.

그런데 그녀는 생생했다. 그뿐 아니라 이전보다 더 생기가 돌았다.

이 일을 겪고서 준혁은 생명력의 신비에 대해 다시 한번 경외감을 느꼈다.


꺼져가던 생명의 불꽃도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을 때는 기름을 부은 듯 다시 타오르고,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거리는 그 불꽃에 계속 땔감을 공급하는 모양이다.

그 후로 그녀는 한국어 강좌에도 다시 나가고 운동 교습소에도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년 가까이 잘 지나다가 20189월, 또다시 대장암에 걸렸다.


이번에 생긴 종양은 대장 내경을 거의 다 틀어막고 있어 내시경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고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그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하고 대변 배출을 위해 배에 구멍을 내고 장을 빼내는 수술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입원하기 전 그해 여름부터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때때로 똑바로 앉기가 힘든 증세가 있었으나 자신의 앞가림은 했는데, 입원하자마자 이 증세가 악화되더니 수술 후에는 걷지도 못하고 혼자 먹지도 못하고 정상적으로 말도 하지 못하게 되어 뇌에 대한 CT와 MRI 검사 결과 뇌종양이 발견되었다.


이제 레이꼬 자매는 어머니의 뇌 수술 및 항암치료(화학요법)의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동생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 해보자는 주장인 반면 언니인 레이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준혁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제, 준혁이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나의 말 한마디에 한 인생의 마지막 여정이 결정된다. 어떤 조언을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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