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별

한·일을 잇는 우정의 강물

by 한우물

게이꼬가 돌계단에서 엉덩방아를 찧자 준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다이죠부데스까(だいじょうぶですか? 괜찮습니까)”라고 물었고 그의 아내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곁으로 급히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표정 하나 흐트러짐 없이 괜찮다고 하면서 준혁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고, “혼또니 다이조부데스?(정말 괜찮아요?)”라는 준석의 질문에 그녀는 살며시 미소만 지었다.


본인은 괜찮다지만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는 건지, 아니면 억지로 참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발걸음을 떼고 걷는 걸 보니 골절은 아니란 생각에 준혁은 한숨 놓았다. '만약 이런 노인이 옆으로 혹은 앞으로 넘어졌다면 어찌 되었을까? 엉덩방아로 꼬리뼈나 고관절이라도 다쳤다면?' 준혁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원래 계획은 차 마신 후에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준혁은 서둘러 일행을 차에 태워 공항으로 향했다. 차가 공항 청사 앞에 도착하자 준혁은 거기서 작별 인사를 했고 그의 아내는 짐도 들어주고 출국 수속도 도와주고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공항 청사로 들어갔다.


준혁은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대기하고 있다가 아내로부터 볼 일 다 끝내고 나간다는 전화를 받고서 다시 공항 청사 입구로 가 아내를 태웠다. 차를 출발시키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그들이 떠난 청사 쪽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글쎄 건물 유리벽 안에서 두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는 게 아닌가! 준혁은 창문을 내리고 아내와 함께 그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두 사람이 벽을 따라서 뛰듯이 따라오며 손을 흔든다.

‘아니, 저 사람들 어찌 저리 정이 많을꼬? 진짜 일본 사람 맞나?'

준혁은 그런 그들을 놔두고 쌩 하니 갈 수 없어 그들 걸음걸이에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차를 몰았다.

이제 조금만 가면 곡각 지점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레이꼬가 아예 출입문을 열고 뛰어나와 양손을 흔들어 댄다. 조수석에 앉은 준혁의 아내는 아까부터 연신 눈시울을 훔치며 손을 흔들다가 레이꼬의 그런 모습을 보자 이젠 얼굴까지 찡그리며 눈물을 흘린다.


'이것으로 게이꼬 씨와는 영원한 이별인 모양이다.'

이런 가슴 아픈 예감에 준혁 역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또 한 번의 짧은 만남, 그리고 영원한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