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막은 내리고

한·일을 잇는 우정의 강물

by 한우물

이리하여 한 사람의 인생 무대는 막이 내렸다.

살아생전 여러 가지 몹쓸 병으로 고생하였지만 그중 하나로 유발된 약간의 치매는 육체적 통증뿐 아니라 인생의 통증까지 마취시켜 생의 마지막 보름 동안은 그저 편안하고 좋다는 느낌에 젖어 있게 하였고, 그러한 환자의 상태를 존중한 가족과 의료진의 배려로 그녀는 고통을 유발하는 어떠한 시술이나 치료 없이 평안한 가운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으며 장례식 또한 자신의 원대로 치러졌다.


그녀는 아직 정신이 맑을 때 자식들에게 유서와 유산을 남기면서 장녀인 레이꼬에게는 따로 다음과 같은 당부를 남겼다.

「 내 죽은 후에 닥터 한이 후쿠오카에 오시거든 우리 집에 머물게 하라.

만약 그때 너의 사정이 허락지 않거들랑 ‘뉴오타니’나 ‘힐튼'호텔 중 한 곳에 모셔라.

그리고 내가 평소 그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던 장소들로 안내하고

그가 후쿠오카에 유(留)하는 동안 들어가는 경비 일체를 네가 다 부담하거라. 」


그러면서 그녀는 자식들에게 남기는 유산과는 별도로 준혁을 모시는데 필요한 충분한 돈을 레이꼬에게 현금으로 남겨주었다 한다. 이러한 게이꼬의 유언을 준혁이 알게 된 것은 그다음 해 추석 연휴 때 준혁의 가족이 유후인에 들렀다가 후쿠오카로 게이꼬의 문상을 가기로 하고 그 일정과 숙소에 관해 레이꼬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였다.


지난해 9월 초, 게이꼬가 수술로 환부를 제거하지 못할 정도의 심한 대장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준혁은 그녀가 앞으로 6개월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더 이상 병세가 나빠지기 전에 한 번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냐고 두 번이나 말했는데 마침 11월 7일과 8일, 서울과 울산에서 초청 강연 스케줄이 잡혀 있던 터라 강연 마치고 한 번 가 보자 했다가 그만 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그녀의 사망 소식에 준혁은 후회막급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인데….'

'강의 준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 일은 준혁의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후회 중 하나로 남았다.

그러던 차에 자신에 관한 그녀의 마지막 유언 성 당부까지 들으니 더더욱 가슴이 아팠다.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속으로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녀의 유언은 그녀의 말 못 한 속마음을 전하는 듯했다.


'영원히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싶다.

만약 그럴 사정이 못 된다면 나 죽고 나서라도 꼭 한 번은 보러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