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힘들어진 손님맞이 미션

한·일을 잇는 우정의 강물

by 한우물

준혁은 이번 미션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다.

*미션 날짜는 10월 29일 토요일.

*12시 정오, 부산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여 오후 5시 55분 부산발 후쿠오카행 JAL 편으로 출국.

*게이꼬가 구경하고 싶은 곳은 자갈치. 먹고 싶은 혹은 먹어낼 수 있는 것은 죽.


공은 이제 준혁에게 넘어왔다.

12시에 터미널에서 픽업하여 자갈치 들렀다가 어디에선가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4시 반까지 김해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풀어야 할 숙제는 두 가지.

1) 세 가지 암을 앓았거나 가지고 있는 노인네로서 평소에 거의 외출도 못하고 집 안에만 있던 사람이다.

과연 얼마나 걸을 수 있을까?

2) 게이꼬 씨가 죽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레이꼬까지 죽만 먹여 돌려보낼 순 없지 않은가?


# 10월 22일 토요일

준혁은 아내와 함께 11시에 해운대에서 출발하여 일주일 후인 29일 움직일 동선을 따라 현장답사를 실시하였다. 우선 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구역이 어딘지 알아보고 입국장에서 그곳까지 얼마나 걷는지 확인한 후 자갈치에 들러 시장과 식당을 둘러보았다.

2층에는 많은 횟집이 있고, 4층에는 한식집, 그리고 5층에는 해산물 뷔페식당이 있었다.

한식집과 뷔페식당에는 죽이 나오긴 하나 죽 전문점이 아닌 데다 메뉴가 너무 단조롭고 음식의 질 또한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아 제외시켰다.

이제 남은 건 횟집인데, 이곳이야 말로 자갈치 분위기에 딱 맞는 곳인데, 하지만 이곳에는 게이꼬 씨가 먹을 것이 없는 데다 혹시라도 호기심에 몇 점 먹기라도 한다면 아무래도 날 것이라 위험하다. 그래서 이 역시 제외시켰다.


자갈치에서의 점심 식사를 포기한 준혁은 다음 코스로 생각해 둔 광복동으로 가 지인이 추천해 준 한식집 두 곳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주차타워에서 음식점까지 너무 많이 걷는 데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붐벼 혹시라도 부딪혀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역시 제외하였다.

이제 마지막 쵸이스가 남았다. 보수동에 있는 비빔밥 및 한식 전문점인 ‘진주집’. 이 집 음식 맛은 준혁이 익히 알고 있는 터라 딱 좋은데, 오랜만에 가 보니 주차 공간 확보가 보장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이제 어떡하지?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과거에 한동안 단골로 다니던 대신동에 있는 고급 구이전문점 ‘산정(山庭)’.

거기라면 자갈치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시간 낭비도 없고, 맛있는 한우 숯불구이도 맛보고, 식사 후 넓고 운치 있는 산장의 정취도 흠뻑 느낄 수 있는 멋진 장소다. 하지만 아직도 영업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차가 대신동에 다다랐다.

대학 2학년 때부터 결혼 2년 차 때까지 살았던 추억 어린 대신동.

동아대병원을 지나 주택가 언덕배기 길로 올라가니 옛날 그 자리에 옛날 이름 그대로 열려 있었다.

드넓은 정원에 산책로까지 갖춘 커다란 산장(山莊).

옛 추억을 떠올릴만한 한옥은 별채로만 남아있고 본관 건물은 전에 없던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섰는데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한 건물에는 발아커피 전문점이 있어 준혁이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루왁 커피(kopi Luwak)까지 팔고 있었다.


점심 먹고, 자연을 느끼며, 한국식 정원을 구경하고, 거기다 진귀한 루왁 커피까지!

이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랴?

이것으로 손님맞이 준비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