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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Jul 12. 2023

강03 마이크의 높이와 거리

연자가 연단에 섰을 때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마이크의 높이와 거리다.

 

마이크의 높이


사람마다 키가 다르다. 

내 앞의 연자가 나보다 키가 크다면 그 마이크의 높이는 나에게 높을 것이고, 작다면 낮을 것이다. 그러므로 연자는 연단에 서서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마이크부터 내 입 높이로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리 마이크 앞에만 서면 그렇게 작아지는지! 마이크에 손 대면 무슨 불경죄라도 저지르는 줄 아는 모양이다. 하지만 마이크는 그저 내 목소리를 실어 나르는 나의 충실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그러니 제발 담대해져라. 그냥 갖고 놀아라. 그러지 않으면 목소리도 잘 전달되지 않을뿐더러 그것이 나를 가지고 놀 것이다.


이쯤 되면 입으로 말하는지 눈으로 말하는지 헷갈린다


마이크와의 거리


마이크 높이를 맞추었으면 다음으로 할 일은 내 입과 마이크 간의 거리를 조정하는 일이다.

어떤 사람은 그냥 말만 하면 자기 목소리가 다 들리는 줄 알고 아예 마이크와 따로 놀아 탈이고, 어떤 사람은 마이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문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전자의 경우는 사람이 너무 소심하던지, 아니면 PPT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개를 자꾸만 화면으로 돌리는 데서 발생하고, 후자의 경우는 다혈질에, 젊은 사람에, 열정이 넘치는 정치가나 종교인에게서 잘 생긴다. 이렇든 저렇든, 공통적인 문제는 마이크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마이크는 얼마나 띄워야 할까? 

이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다. 그것은 마이크의 성능과 음향조정실에서 어느 정도 감도를 올려놓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띄울지는 앞의 연자가 가르쳐 주니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나보다 앞서 강연하는 사람들을 잘 관찰하면 답은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내 순서가 제일 앞이거나 그날 행사의 연자가 나밖에 없다면?

그럴 경우, 무대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내가 마이크 테스트를 했을 때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내 목소리의 강도를 보고 판단하면 되고, 그럴 능렭이 없다면 마이크로부터 30 cm 이상 떨어져라.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마이크로부터 너무 떨어져 목소리가 잘 안 들리면 대부분 조정실에서 볼륨을 올려주지만 목소리가 너무 클 경우 여간해선 조정실에서 손을 안 대기 때문이다. 


 그건 또 왜 그럴까

그 사람들 잡고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으니 혼자 추측하자면 자기 마음대로 마이크 볼륨을 낮추면 ‘연자가 화를 내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마음에서 그런 것 같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

연단에 고정되어 있는 콘덴서 마이크 앞에서는 20–30 cm 안으로 절대 다가가지 마라.

하지만 작은 행사장이나 강의실 같은 곳에는 대개 휴대용 다이나믹 마이크가 놓여있으니, 그때는 되도록 입을 가까이 대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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