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정리
유머(humor)란 단어의 기원과 유래
앞서 유머란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말로서 조크, 개그, 코미디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막상 이 'humor'란 단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려 들면 우스개, 익살, 농담, 해학(諧謔)등 다양한 단어로 옮길 수 있지만 뭔가 한마디로 똑 부러지게 맞아떨어지는 말이 없다.
이 말은 곧 서양의 유머와 우리네 농담은 뭔가 서로 결이 다르고 뉘앙스도 다른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유머란 놈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단어의 어원과 유래를 살펴보는 것이 상책이다.
- 유머란 말은 라틴어 휴모르(humor)에서 유래된 말로서 이는 우리 몸 안에 있는 액체성분의 총칭인 체액(體液, body fluid)을 뜻한다 -
유머가 '체액'이란 말에서 나왔다니 언뜻 감이 잘 잡히지않겠지만 그리스 시대로 돌아가 그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고대 그리스 의학은 인체 내에 있는 혈액과 같은 유체(humors)의 균형이 인체의 건강과 정서를 조절한다고 가르쳤고, 이에 따라 서양의학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히포크라테스는 체액의 분포를 기반으로 사람의 기질(tempers)을 다혈질(혈액 성분 우세), 담즙질(담즙 성분 우세), 점액질(끈적끈적한 점액 성분 우세), 우울질(흑담즙 우세)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 네 가지 체액이 균형을 잘 이룰 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체액의 균형이 무너지면 질병이나 정신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웃음은 몸을 진동시켜 체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과도한 체액의 성분을 배출시켜 체액의 균형을 회복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그러니 체액을 뜻하는 단어인 휴모르(humor)가 오늘날 웃음을 유발하는 말이나 행동을 뜻하는 유머(humor)로 그 의미가 확장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머의 특성
살아있는 사람의 체액은 유연하고 따뜻하다.
그러므로 '유머러스하다' '유머감각이 있다'라는 표현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경직되지 않고 뭔가 따뜻하고 인간미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서 유머는 자칫 살벌해질 수 있는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위기를 웃음으로 넘기고, 우울한 감정에 빠진 사람을 웃게 만들어 기분전환을 하게 만드는 신통력을 갖는다.
유머와 조크, 농담은 사람을 웃긴다는 점에선 같지만 유머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선의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나머지 둘과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유머의 본질은 상대방을 까는 게 아니라 상대를 높이면서 즐겁게 만드는 고차원적인 웃음을 제공하는 데 있다.
유머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유머를 할 때는 때와 장소, 상대를 잘 가려서 해야 한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농담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고
나이 많은 분을 대할 때 가벼운 농담을 하는 것도 금물이다.
또한 유머는 문화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말장난이 흔히 사용되는 유머의 한 형태이지만
미국에서는 말장난이 유치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유머를 할 때는 먼저 분위기 파악부터 잘해야 한다.
고품격 유머의 조건
유머에도 품격이란 게 있다.
만약 고품격 유머를 구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말의 품격(品格)은 인품(人品)에서 나온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
그러므로 뭔가 격조높은 유머를 구사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인격부터 갈고닦아야 할 것이다.
Photo by SS Han, 송정 맛집 '다솥', 202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