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풍자 2
남자 몸값이 떨어지다 보니 요즈음은 남녀평등을 넘어 여존남비(女尊男卑)의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들이란 존재 역시 별 볼 일 없어지고
시어머니는 옛 영광을 장모에게 넘겨준 지 오래인데
이제는 그것도 모잘라 애완동물까지 상전 노릇 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래저래 아들 장가 보낸 할매 할배 꼴이 참 처량타.
시절을 따라 변해가는 세태풍자를 통해서 그 실상을 실감해 보자.
딸 낳고 아들 낳으면 120점
아들 낳고 딸 낳으면 100점
아들 낳고 아들 낳으면 90점
딸 낳고 딸 낳으면 80점
딸 딸이면 금메달
아들 딸이면 은메달
딸 아들이면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
공부 잘하는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며느리의 아들]
공부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아들은 [장모의 아들]
공부도 못 하고 돈도 잘 못 버는 아들은 [내 아들]
애완견이 판치는 세태 코믹풍자
요즘, 애완견 때문에, 집안에서 그나마 남은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얘기를 코믹하게 엮은 코믹 세태 풍자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시원시원하고 괄괄한 성격의 할머니가 쓴 글을, 친구가 보내온 것인데 혼자 보기에 아까울 만큼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원작자는 팔공산 낭만백수 보명할매로 돼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아들, 시아버지, 강아지 데미와 얘기를 전해 드리는 화자로 돼 있습니다. 화자의 솜씨가 서툴다는 점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에 사는 아들이, 여행을 가야 한다면서 집에 와서, 강아지 데미(개)를 봐 달라고 했습니다.
4박 5일 동안 돌보는데 20만 원이라고 하니 할매는 입맛을 다시며 백수로는
괜찮은 수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발하면서 며누리는 당부하였습니다.
"데미가 더우면 에어컨을 꼭 켜주세요. 데미 밥은 시간 맞춰 챙겨 주시고욧!"
며누리는
"어머님! 더우니 전기세 아끼지 말고 에어컨 빵빵 켜고 지내세요."
"어머님! 끼니 거르시지 마시고 꼭꼭 챙겨 드세요."
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 오로지 강아지 “데미! 데미!” 였습니다.
"알았따! 너희 개님 잘 모시고 있을 테니 휴가나 잘 다녀 오니라."
"어머님 개님이라뇨.? 그냥 데미라고 하세요."
“디미고 지기미고 간에, 알았따! 얼릉 가거라!”
아들 부부가 출발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냉장고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엉 그래, 돈 20만 원으로 사 먹든지 굶든지 마음대로 하라 이거지?"
할매는 에어컨부터 우선 끄고, TV를 켰습니다.
한참 있으니 개가 끙끙거렸지만 할매는 모르는 척하고, 부채질만 세차게 해댔습니다.
배가 고프면 냉면도 시켜 먹고 짜장면도 시켜 먹었습니다.
개밥은, 주라는 양의 1/3만 주었습니다.
할매는 더워도 견디다가 정 힘들면 샤워로 몸을 식혔습니다.
닷새 만에 피서에서 돌아온 며누리가 얼른 개부터 껴안으며
"어머니! 데미가 왜 이래요?"
"시애미가 에어컨 바람이 싫어서 껐더니 그카능갑다!"
"아니 데미는 에어컨 없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시애미는, 에어컨 바람에 병들어도 좋으냐?
그리고 너!? 냉장고는 왜 깡그리 비워놨느냐?”
억양이 점점 올라갑니다.
“시애미는 굶어도 좋고 개새끼만 상전으로 모시느냐? 어데서 배운 못된 짓거리냐?”
더 억양이 억쎄지면서 본 성질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시애미가 에어컨 안 켜서 개새끼가 뒈지기라도 하면 이걸로 장사 지내거라.”
하면서 받은 돈 20만 원을 식탁 위에 던져 버렸습니다.
"엄마! 와 이라시능교?"
"그래 너그들 꼭 같은 놈이구나! 너그들 나를 잘못 건드렸어! 나 누군지 알아?”
여기서 영웅본색의 결정적인 과거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내가 대구 대봉동 방천여고 7공주파를 무릎 꿇리고 앞산 밑에 봉덕여성대학
전설의 빨강바지 인물, 권 말숙이야!
앞으로 너그들! 내가 죽었다고 부고를 받아도 올 생각도 하지 말거라!
너그들이 온 게 보이면 관뚜껑을 열고 나와 너그 연놈들을 쫓아내고 도로 들어갈끼다.
애미 보다 촌수가 더 가까운 개님이나 모시고 잘살아라!”
그라고 말숙이 할매는 휑하니 대구로 내려 왔삣다.
집에 와 있으니 아들늠이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아부지! 우리 엄마 치매예요?"
“그래 치매다! 치매든 뭐든 내 마누라니까 내가 데리고 살 테니, 니는 니 마누라와 개님 모시고 잘 살거라. 이 더러분 넘아! 전화 끊어!”
백수 동지 여러분 시원하시죠?
애견가 여러분에게는 쬐끔 죄송합니다만…
지랄도 풍년이지예!
젊은것들아, 요따우로 살지 말어. 천벌이 무섭지 않은가?
할배 할매가 늙고 백수니까 힘없어 이래 사는 줄 아냐?
왕년에는 주름잡고 빤타롱 빨강바지로 중앙통을 쓸고 다니며 지금의 네 애비를 사로잡은, 한때는 잘나가던 여장부였다. 이눔아. 네눔이 덜 맞아서 아직 정신을 못차린거구나!
그 칠공주파의 모임은 시방도 매달 7일이면 모이는데 두 할매가 목욕탕을 운영 중이라 그 집 찜질방에서 밤을 세우고 다음날 영감들을 호출하면 연락 받은 영감들이 선착순으로 쪼르르 가서 밥값을 계산하게 하는, 대구에서 아직도 유명한 왈패 할마시들이다!
내 눈에 다시 한번 수작 부리다 걸리며는 죽는 줄 알아라. 시부럴 늠아!!
< 팔공산 낭만백수 보명할매 >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
* 위의 글은 한 블로그에서 퍼온 글인데 읽기가 좀 힘든 형식으로 되어 있어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풀어썼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말의 이음새를 보다 부드럽게, 그리고 맞춤법 등 문법에 맞게 약간의 수정을 가했습니다.
[출처] 블로그 '도월마을' 작성자 wiselydw
https://blog.naver.com/wiselydw/223112866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