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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43 두터비 파리를 물고

정치 풍자 1

by 한우물

수준 낮은 정치, 부패한 관리, 모자란 위정자에 대한 풍자는 그야말로 풍자의 단골 메뉴다.

하지만 참 조심스럽다. 자칫 한 사람의 인격을 모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필자가 소개하는 내용은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풍자에 대한 예시를 들고자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자료를 옮겨놓았을 뿐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두터비 파리를 물고


다음은 조선시대의 부패관리를 두꺼비에 비유하여 비꼰 멋진 풍자시조인데 아쉽게도 작가미상인 작품이다.

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험 우희 치다라 안자
것넌산 바라보니 백송골(白松骨)이 떠 잇거늘
가슴이 금즉하여 풀덕 뛰여 내닷다가
두험 아래 쟛바지거고
모쳐라 날낸 낼싀만졍 에헐질 번 하괘라

이를 현대식으로 번역하면

두꺼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치달아 앉아
건넛산 바라보니 백송골이 떠 있거늘
가슴이 섬뜩하여 풀떡 뛰어 내닫다가
두엄 아래에 자빠졌구나
모쳐라(마침) 날랜 나이니 망정이지 어혈 질 뻔했구나


이 시는 두꺼비가 힘없는 파리를 입에 물고 괴롭히다가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흰 송골매가 떠있는지라

화들짝 놀라 도망치다가 거름 더미 아래로 자빠라졌는데

자신이 날쌨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피멍이 들 뻔했다며

허세(虛勢)를 떨고 있는 꼬락서니를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는 풍자시다.


여기서 파리는 백성이나 피지배층을,

두꺼비는 탐관오리나 부패한 양반이나 권력자를,

백송골은 암행어사 같은 중앙 관리를 암시하고 있다.




'자빠지거고'와 '두엄'


참 오랜만에 접하는 용어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자빠지다'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나와있는 엄연한 표준어로서 '넘어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은 주로 부산, 경남 쪽에서 쓰던 말로서 사투리나 비속어에 가깝다 할 수 있고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말의 뉘앙스도 확 달라진다.


"나 참 재수가 없을라니, 길 가다가 똥 밟아서 확 자빠라졌다 아이가!"와 같이

자신을 대상으로 말할 때는 '넘어지다'는 말의 강한 표현 정도로 쓰이는 데 반해,


"웃기고 자빠졌네!" "까불고 자빠졌네!" "지랄하고 자빠졌네!"와 같이

다른 동사와 함께 쓰일 때는 상대방을 비꼬거나 경멸하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이다.


한편,

이 말에 붙은 '-지거고'란 표현은

일종의 감탄사로서 우리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나 접했던 용어이고,

풀이나 짚, 쓰레기나 동물의 배설물 따위를 모아 썩혀서 만든 거름(퇴비) 더미를 나타내는 말인

'두엄'이란 말 역시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정겨운 표현이다.



*사진출처: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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