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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Jan 05. 2024

강23 청중의 몰입도를 높이는 방법

강의 기법 10

아무리 중요한 강의라 할지라도 청중이 강의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강의 준비를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청중이 내 강의에 몰입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 그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타이틀의 중요성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할 때 끝까지 골머리 싸매는 것이 책의 '제목'으로서 그 이유는 자명하다.

책이 잘 팔리려면 책방의 매대에 누워있는 수많은 책 중, 일단 내 책 위에 독자의 시선이 멈추고 집어 들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때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이 바로 '제목'이기 때문이다.


강의나 강연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강좌가 있는 학회나 세미나에서 어느 강좌를 골라 들을지를 결정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그 제목이다. 테마가 정해져 있는 강의 목록 중에서 청중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제목,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는 제목은 보다 많은 청중의 발길을 이끈다. 그래서 중요하다.


필자는 강의 요청을 받으면 주최 측에 부탁하여 사전에 다른 연자들의 강의 타이틀을 알려주기를 요청한다.

의학, 그중에서도 영상의학 용어는 한글로 옮기기가 쉽지않은 부분이 많으므로 강의 타이틀은 영어로 된 것이 많다. 이럴 때 필자는 종종 한글로 제목을 잡는다. 그렇게 되면 사전에 나가는 공지나 행사 당일 배포되는 팸플릿에 나의 강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다.


소통하며 강의하라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강연 또한 일방통행식보다는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몰입도를 높인다.

대화와 달리, 강의나 강연에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청중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눈맞춤

소통을 하려면 먼저 ’눈맞춤‘을 자주 해야 한다.

강의 중 시종일관 연단에  놓여있는 프롬프트나 벽에 비치는 스트린을 쳐다보며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강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PPT 설명에 할애해야 하는 의학 강의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수시로 청중과 눈맞춤을 해야 살아있는 강의가 된다.


눈맞춤은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첫째, 청중과 눈을 맞춘다는 것은 연자가 청중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표시다.

그러므로 청중은 다른 곳만 쳐다보고 말하는 연자의 말보다 자기 쪽을 쳐다보며 말하는 연자의 말에 보다 귀 기울이게 된다.

둘째, 청중의 표정이나 태도를 보고 듣는 이의 이해도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셋째, 연자를 앞에 세워놓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 등, 대놓고 싸가지없는 짓 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2.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며 대화하듯 하라

질문은 청중이 강의에 집중하게 하고 생각하며 듣게 하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질문할 땐 강의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을 지목하여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리하면 몰래 엉뚱한 짓을 하거나 꼬박꼬박 졸고 있는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시간이 부족할 땐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된다.

그냥 퀴즈식으로 툭 던져놓고 몇 초간 뜸을 들였다가 넘어가도 좋다.


3. 사전에 과제물을 내어주라   

학생 강의 땐 이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다.

필자가 의예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개설했을 때의 일이다.

첫 수업 후, 나는 항상 다음시간 강의 제목을 미리 알려주고 그에 대해 공부해서 PPT로 작성하여 수업 전날까지 메일로 제출하게 했다.

그리고 수업 당일에는 무작위로 세 사람을 뽑아 자신이 작성한 PPT로  앞에 나와 발표하게 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받아쓰기 수업에, 정해진 답을 하나라도 더 외우기 위해 밤새우던 그들의 굳어진 두뇌에 스스로 찾아가며 공부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스스로 답을 만들어 가는 재미를 불어넣어 준 것이다.


그러니, 다른 학생들이 발표할 땐 '나는 이렇게 공부하고 이렇게 이해했는데, 저 친구는 어떤 걸 찾고 어떻게 이해했을까?' 하는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고, 자신의 준비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반성하고, 교수가 강의할 땐 '아, 이런 것이었구나!' 하며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무얼 놓치고 있었는지 깨닫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지금까지 필자는 강의기법에 대해 소개하였다.

강의기법은 말 그대로 테크닉이다.

그것은 강의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청중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지만 테크닉이 뛰어나다고 명강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 즉 알맹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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