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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Jan 09. 2024

강24 무대의 막이 내린 후

피드백

무대의 막이 내렸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리허설이 있다면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면 평가가 기다린다.

하나는 내적 평가요 다른 하나는 외적 평가다.

내적 평가의 주인공은 감독이고 외적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무대 감독은 배우들이 한 연기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 평가하고 자신의 다음 작품에 캐스팅할지 말지를 판단한다. 하지만 혼자 출연하는 강의나 강연은 본인이 곧 배우이자 감독이다.

리허설도 혼자 해야 하고 평가도 혼자 해야 한다.

그래서 연단에 선다는 것은 고독한 작업이요 자신에 대한 성찰이 무엇보다 필요한 작업이다.

 

내적 평가

연자에게 있어 내적 평가란 내 속에 있는 나(我)가 남들 앞에 보여진 나(吾)를 평가하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방송국이나 유튜버가 찍어 올린 영상물을 보며 리뷰해 보는 것이겠지만 그럴 기회는 거의 없고, 특히 의학 강의는 내용의 특성상 더더욱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녹음이다.


나는 초청 연자로 가서 강의할 때면 거의 항상 후대폰으로 내 강의를 녹음한다.

사회자나 좌장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리우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질의응답이 끝나는 순간까지 녹음한 후, 출퇴근 시간에 차 안에서 두세 번 듣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녹음 버튼이 눌러진 폰을 연단 위에 올려놓으면 강의 소요시간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어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내가 한 강의를 녹음으로 들어보면 나의 말하는 스피드, 억양(intonation), 톤(tone),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잘 튀어나오는 바람직하지 못한 어투나 특정 단어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 강의의 생명선인 스피치를 보완해 나가는 데 아주 유용하다.


외적 평가

내적 평가가 주로 언변에 국한되는 것이라면 피드백을 통한 외적 평가는 강의 전반에 대해 조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영화나 연극은 관람률과 비평가의 비평이 곧 평가의 지표가 되나, 강연은 연자 스스로가 피드백을 받아보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학생 강의 후에도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강의 평가서를 받아보고, 초청 강연을 주관하는 단체에서도 대부분 이런 내부 평가가 이루어지므로 연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에 관한 항목별 평가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하여, 필자는 초청강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평가서의 유무를 물어보고, 없을 경우에는 강연 후 청중의 반응과 관계자들끼리 나눈 대화를 있는 그대로 솔직히 들려줄 것을 부탁하고 그 결과를 경청한다.


결어(結語)

피드백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강의경력이 늘어나도 자신의 틀 안에서 벗어나질 못해 큰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피드백을 통한 자신에 대한 바른 성찰과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필수적이란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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