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제> <인제> <이젠>의 차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실은 작년 11월 말에 브런치에 올린 「인 IV 05 불안이란 돌덩이 인제 그만 내려놓으시지요 」란 글에 이 세 단어가 다 등장하는데 그땐 별생각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넣었다.
그러다가 두어 달 전부터 그동안 브런치에 써 올린 글들을 모아다가 책으로 발간하기 위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손톱 옆에 삐져나온 까시래기 마냥 이 부분이 걸렸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는데, 와~ 참말로 장난이 아니네요.
우선, 이들의 차이를 알기 위해 네이버 사전을 찾아봤더니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이제: (명사) 바로 이때. (부사) 바로 이때에. 지나간 때와 단절된 느낌을 준다.
인제: (명사) 바로 이때. (부사) 이제에 이르러. 지나간 때와 단절된 느낌을 준다.
이젠: 이 단어를 치면 이 단어는 안 나오고 ‘이제’가 나온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각 단어의 뉘앙스를 살려 문맥에 맞게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겠는가?
에그, 한 마디로 돈 안되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글에 들어가 '이제, 이젠, 인제'를 쳐 넣고 돌려보았더니
놀랍게도 한 외국인이 올린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일 위에 떠 있고
그 아래로 비슷한 제목의 글이 여러 편 올라와 있었다.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이제 and 인제 and 이젠? Feel free to just provide example sentences."
이 질문을 보는 순간, 한국인이자 명색이 작가라는 나도 헷갈리는 판에 외국인이야 오죽했겠나 싶어 안쓰러웠는데 그 밑에 달린 여러 답글을 읽어보았더니 보면 볼수록 더 헷갈린다.
그러자
'이거야말로 내가 해결해 주어야겠구나' 싶은 사명감이 나도 모르게 불끈 솟아올랐다.
그런데, 우리말이 처음에 배우긴 쉬워도 공부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사실은 내 진작에 알았건만 그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이 세 마디 구별하는 게 뭐가 그리 힘든지!
아이고 골이야. 내가 미쳤지. 뭐 한다고 오기는 부려가지고서리.ㅊㅊ
하지만, 사내새끼가 칼을 한번 빼들었으면 썩은 무 둥치라도 베어야 하는 법. 내 방식대로 가기로 했다.
'구질구질한 것 싹 다 빼고,
확실한 놈만 골라 담아,
곰국 고듯 푹 고아서,
진액만 뽑아내는 것'
이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래의 표다.
이 표 하나 만드는데 1주일이 걸렸다.
진을 뺀다 진을 빼.
그렇다고 해서 100% 맞다는 보장도 없다.
그 말은 곧 100% 맞는 정답도 없다는 말이다.
서로 엇갈려 쓰일 수도 있으므로 문맥에 맞게 쓰면 된다.
그럼 지금까지의 내용을 실전 테스트한다 생각하고 아래 글을 읽어보자.
나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이 글에 나오는 세 단어를 몇 번이나 바꿔 썼다.
그리고 위의 표를 만들고 나서야 제목도 최종 확정 지었다.
https://brunch.co.kr/@3b920526b85b43d/411
※ 제목에서 '이제' 대신 '인제'라고 쓴 것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지요' 하면 지금 순간에만 국한되는 의미지만, '인제 그만 내려놓으시지요' 하면 지금 뿐 아니라 앞으로도 다시는 짊어지지 말라는 염원이 담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