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우물 Oct 06. 2024

못난 아기 칭찬하기


점심시간이라 식당에 가기 위해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입원환자 면회 시간과 겹쳐 엘리베이트 안은 거의 만원에 가까웠다.    

 

이 시간이면 자주 마주치는 간호사가 인사를 한다.

그 옆에는 한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고, 

아기 엄마의 엄마로 보이는 나이 든 여자와

아기 이모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서 있다.     


그 간호사는 엄마 품에 안겨있는 아기를 보고 예쁘다고 난리다.

그러자 그 이모가 하는 말이     

“걔가 뭐 예뻐요? 나는 맨날 못난이 인형이라 하는데.”          


평소 형제끼리 의가 좋은 건지? 아니면 웬수지간 인진 몰라도 완전 돌직구를 날린다.

'저래도 괜찮나?' 싶은 차에 간호사가 말한다.     

“애가 어때서요? 이쁘기만 하구만.”          

그러면서 서로 옥신각신한다.     


뭔가 둘의 역할이 뒤바뀐 것 같다.     

나도 호기심이 나서 고개를 조금 돌려 아기 얼굴을 보니 옆얼굴 밖에 안 보인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간호사가 하는 말.     


“그럼, 우리 교수님 한데 한 번 물어봅시다. 아기가 이쁜지 안 이쁜지!”          

모진 놈 옆에 있으면 벼락 맞는다더니 이건 또 웬 불똥?


 그러자 아기 엄마가 몸을 돌려 아기 얼굴을 정면으로 내게 보인다.

아기 얼굴을 보니 한마디로 둥글넓적하니 허연 달덩이 같다.

밉상은 아닌데 예쁜 얼굴과는 거리가 멀다.    


‘허허, 이거 큰일 났네.’      

내 성질에 마음에 없는 입 발린 소리는 못하고, 했다 해도 금방 얼굴에 표시가 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간 아기 엄마와 할머니 기분이 영 거시기할 거이고..

참으로 난처한 입장이다.      


‘이거 우째야 되노?’ 하는 찰나, 구세주 같은 이야기가 하나가 떠 올랐다.     


오래 전, 단편 소설인가 어디선가 읽고 혼자 웃었던 이야기인데 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친구 아들 돌잔치에 갔다.

다들 아이가 잘 생겼다고 덕담을 했고 드디어 자기 차례가 되었다.

가까이 가서 아기 얼굴을 자세히 보니 도무지 잘 생긴 구석이 없어 고심을 하다가 기막힌 한 마디를 했다.     

그 말이 생각나,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놈 참 무더~ㄴ하니 생겼네."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빵! 터졌다.     

다른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 모른 척 외면하고 서 있었지만  좁은 엘리베터 안인지라 우리들의 대화를 듣지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인만큼, 그들도 내심으로는 내 대답이 궁금했나 보다.     


나는 그저 위기 탈출용으로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라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다.     

마침 엘리베이트가 7층에 와서 문이  열리자 나는 얼른 내렸다.

그러자 그 아이 이모가 내 등 뒤에다 대고 한 마디 했다.          


"~~ 교수님이 딱 정답을 말해주고 가시네."    

 

그러자 다들 또 한 번 “까르르~” 하며 넘어갔다.     

     



Epilogue

그 후로 나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앞으로 4개월 후면 나도 할아버지가 되는데,

손주 돌잔치 날 하객 중 한 사람이 내 손주를 보고 

‘그놈 참 무더~~ㄴ하니 생겼네.’ 라고 하면 내 기분이 어떨까?   
  

이런 할애비의 우려를 뱃속에서 텔레파시로 들었는지,

손주는 한 씨 가문의 최고 미남자로 태어나 맨 먼저 할애비에게 효도했다.



이전 08화 500원어치의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