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와 재치
루이 14세의 시를 비평한 신하
태양왕 루이 14세가 연가(戀歌)를 한 수 지었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때 마침, 대신 한 사람이 왕을 알현하러 들어왔다.
왕은 그에게 시를 보여주며 비평을 요구했다.
그러자 눈치 없는 신하는 그 시를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고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여태껏 저는 이런 졸작의 시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그러면 그 시를 지은 자는 천하에 으뜸가는 멍텅구리임에 틀림없겠군.”
신하가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이 시를 누가 지었는지요?"
왕이 말했다.
"내가 지었다, 왜?"
순간, 신하는 사색이 되어 말했다.
”폐하, 그 시를 다시 한번 보여주시옵소서. 아까는 너무 급히 읽어서 제대로 음미해보지 못했나이다.“
왕이 말했다.
”됐네, 이 사람아.“
신하를 내보내고 난 왕은 비록 자신이 생각해도 별로인 작품이긴 하지만 막상 아랫사람으로부터 그런 혹평을 듣고 나니 기분이 영 안 좋았다.
그러고 있던 차, 이번에는 다른 대신이 들어오길래 다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왕을 알현하러 들어오자마자 왕으로부터 정체불명의 시에 대한 비평을 요구받은 신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재빨리 상황파악에 들어갔다. 그리고 말했다.
“폐하, 이 시는 폐하께서 지은 것 아닙니까?”
“그래, 맞다.”
그러자 그는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과연, 폐하에게는 불가능이란 없나 봅니다. 마음만 먹으면 훌륭한 시는 말할 것 없고, 이런 졸렬한 시도 지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섬기는 사람에게 있는 사실 그대로 직언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상대가 절대권력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럴 때,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있는 사실을 이실직고할 수 있는 재치를 이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 한 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