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천재들을 머쓱하게 만든 여인들

되받아치기

by 한우물
버나드 쇼를 물 먹인 여배우


연극《캔디다》(Candida)는 극작가였던 버나드 쇼가 쓴 코미디 희곡(1898년 출판)을 기반으로 만든 연극으로서 1895 년에 초연된 후 1904년 브로드웨이를 필두로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였다.


이에 버나드 쇼는 자신이 쓴 희곡으로 만든 그 연극 공연을 보고 난 후 흡족하여 주연 여배우에게 다음과 같은 축전을 보냈다.

"훌륭한 걸작"


이에 그 배우는 겸손의 표현으로 다음과 같이 답장을 보냈다.

"상찬(賞讚)의 가치가 없음 "


그러자 독설가의 본성이 발동한 버나드 쇼가 다시 다음과 같은 전보를 보냈다.

"원작을 말한 것 임 "


이에 그 여배우는 다음과 같은 답장을 냈다.

"나 역시 마찬가지"


김삿갓과 처녀 뱃사공


천하를 주유하던 김삿갓이 춘천 소양강변에서 나룻배를 탔다.

이게 웬 떡? 노 젓는 이가 처녀 뱃사공이다.

수작 걸지 않으면 김삿갓이 아니지.


배에 오른 삿갓이 한마디 농을 걸친다.

"여보 마누라. 노 좀 잘 저으소."


처녀 뱃사공이 펄쩍 뛰며

"어째서 내가 댁의 마누라요?"


그러자 김삿갓이 태연히 답한다.

"내가 당신 배에 올라탔으니 내 마누라지."


배가 강을 건너 나루터에 닿자 이번에는 처녀 뱃사공 회심의 한방을 날린다.

"내 아들아, 잘 가거라."


삿갓이 눈이 똥그래져서

"아니, 내가 어찌 그대의 아들인고?”


그러자 처녀 뱃사공 왈

"내 뱃속에서 나갔으니 내 아들 아닌 감?!”



김삿갓과 양반집 규수

이왕 김삿갓 이야기 끄집어낸 김에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하고 끝내자.

아마도 김삿갓은 여색을 밝혔나 보다.

하기사, 평생을 거지처럼 떠돌아다니며 이리저리 괄시받고 산 삶인데
그런 재미라도 없었다면 무슨 낙으로 살았겠나?


김삿갓이 방랑 중에 어여쁜 양갓집 여인을 만나 운우의 정을 뜨겁게 나누던 중

갑자기 일어나 종이에 이렇게 써놨다.


毛沈內闊 (모심내활)

~ 털이 깊고 안이 넓어 허전하니

必過他人 (필과타인)

~ 필시 타인이 지나간 자취로다.


그러지 김삿갓의 글을 읽어본 여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길


'溪邊楊柳不雨長(계변양유불우장)

~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자라나고

後園黃栗不蜂坼(후원황율불봉탁)

~ 뒷동산의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절로 벌어진다.


여인의 이 재치 있는 글을 읽은 김삿갓은 감탄하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한다.




방사(房事)를 치르다 말고 일어나 앉아 이런 필담을 나눈 후

전열을 재정비하고 거사(巨事)를 치르다니!

우리 선조들의 이런 풍류는 세상 어디에도 없으리라.


여인이 써내려간 글은 상황을 떠나 그 자체로 멋진 한 수의 시가 되니 이 기회에 아예 외워 두고 싶다.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자라나고

뒷동산의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절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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