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은 항상 있는 거 아니었어?
나는 모난 돌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인간극장'이다. 최근에 소아조로증을 겪고 있는 지금은 스무 살이 된 '원기'라는 친구의 에피소드를 보았다. 아이가 어릴 때 여동생과 다른 본인의 모습을 보더니 엄마에게 하는 말이
"엄마 혹시 나 임신했을 때 술 마셔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라고 하더라.
원기의 어머니는 덤덤하게 말씀하셨지만 내가 엄마였다면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을 것 같다.
다른 가족과 내가 다르다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큰 혼란을 가져온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있다. 남동생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여드름 거의 없이 유난히 피부가 좋았다. 어린 마음에 동생과 피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도 있었다. 내 주변에는 오직 "나"만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 대신 외가 쪽에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다.
나도 어릴 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긴 걸까.'라는 의구심을 자주 가졌던 것 같다. 유전이라고 하기엔 그 어느 가족과도 교집합이 없고 환경적인 요소라고 하기엔 내 남동생은 멀쩡하니 그렇다 할 수도 없다. 지금에 와서 나의 지난날은 되돌아보면 아토피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산더미인데 얽힌 실타래를 그대로 두고 사는 것 같다.
보톡스가 필요 없는 40대
40대가 되고 나니 여자 친구들을 만나면 수다 주제들 중 단연 주름과 덜 늙어 보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반면 나는 어릴 때부터 얼굴 전체에 스테로이드를 항시 달고 살았다. 이미 이마와 피부가 약한 눈꺼풀 그리고 목은 아무리 비싼 화장품을 써도 되돌릴 수 없는 짙은 주름과 벗 삼아 살고 있다. 보톡스를 맞아 나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싶다가도 부작용으로 지금 유지하는 피부상태를 잃을까 또 걱정이 된다.
여자라면 누구나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고 그렇게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난 아름다움을 갈망하기 이전에 피부 문제해결을 우선으로 살아왔다. 10대에도 내 낯빛은 아토피가 지나간 여러 흔적으로 사진을 찍어도 어두컴컴했다. 20대에는 항상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화장을 꽤 잘하던 룸메이트에게 애꿎은 질투를 느낀 적이 있다. 30대에는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쌩얼이 예쁜 엄마들이 참 부러웠다.
보통의 사람은 작은 생채기라도 피부에 생기면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인다. 하지만 나는 가려워 긁고 진물이 나고 딱지가 내려앉고 또 그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 결국은 피가 나야 끝나는 패턴이 반복된다. 나는 작은 상처에는 대수롭지 않은 무던함이 아토피덕에 생겨버렸다.
주름이 없던 사람에게 찾아오면 불청객이지만 나 같은 아토피 환자에게는 "그까짓" 주름이 되어버린다. 나는 그래서 보톡스가 아직은 필요가 없다. 깊이 파인 주름만큼 내 마음의 체념과 받아들임의 정도가 깊어진 것 같다.
사진: Unsplash의Marla Prus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