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시험하지 마세요

원치 않았던 아토피 민간요법들

by Celine
우리 집엔 이런 애가 없는데... 다 애미탓이다.

우리 할머니가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무렵 하셨던 말이다. 피부가 가려워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까지 불을 환하게 켜둔 채로 울고 있으니 엄마와 나를 바라보며 하셨던 말.


후천적으로 생겨나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피부는 탄생의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어릴 때 난 태열이라는 병명으로 불리었다. 엄마는 시골에서 큰 병원에 가기 위해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나를 업어가며 키우신 분이다. 엄마는 내 피부에 좋다고 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시도해 보셨다. 아래 나열하는 민간요법은 병원을 가도 진전이 없었기에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해 보았던 것이다.


1. 내 기억에는 없지만 피를 많이 뽑아 순환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피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2. 흔히 말하는 야매 한의사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들이 가득한 곳에서 침을 맞기도 했다.

3. 국내 온천이 유명하다는 곳에도 가 보았다.

4. 아토피에 유황이 좋다고 하여 일부러 상처를 내어 유황을 발라보았다. 붕대를 칭칭 감아 미라 같았다.

5. 어릴 때도 면역력 부족이라고 포도당을 일부러 맞기도 했다.


급하게 떠올린 민간요법들은 이 정도이다. 효과는?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아토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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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친구와 제주도 올레길을 간 적이 있다. 여행의 마지막날 공항으로 펜션 사장님께서 데려다주시는데 갑자기 공항이 아닌 다른 길로 향하셨다. '피부에 좋다.'는 바닷물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셨고 정말 원치 않는 나를 억지로 바다에 빠뜨리셨다. 사장님의 마음은 너무 감사했지만 20대 여학생인 난 물에 빠진 생쥐꼴로 겨우 비행기를 타고 지하철을 타며 집까지 돌아오는 내내 서러웠던 기억도 있다.


내가 아는 아토피환자 중 딱 한 사람 완치 상태로 지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해수욕을 자주 했고 그 이후에 피부의 허물이 벗겨지며 괜찮아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나에게도 혹시 그런 행운이?'라는 욕심에 따라 했으나 효과는 빵점.


이제 더 이상 나를 시험하지 말자.


난 주변에 아토피 환자가 있다면 더 이상 '카더라~' 하는 말은 듣지 말았으면 한다. 병원에 가도 정답을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면 일정기간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민간요법은 효과를 보장 못할 뿐 아니라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내 마음이 점점 지쳐가기 때문에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아토피라고 해서 그리고 내가 이렇게 태어나 남들과 다르게 살고 있다고 해서 누군가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엄마를 원망한 적도 없고 그냥 나로서 살아갈 뿐이다.


사진: Unsplash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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