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병원에 입원하다.
결국 난 아랍선생님의 개인병원을 거쳐 동네 대학병원까지 오게 되었다. Termin(예약) 없는 병원 방문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던 난 추운 병원 복도에서 혼자 4시간 이상을 기다렸고 그날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검사 후 입원 판정을 받았다. 난데없는 입원에 남편도 나도 당황스러웠다. 그러던 중 의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상황 설명을 해 준다. 영어로 쓰여 있었던 단어 Ectopic Pregnancy...... 일반 임신도 모르는데 <자궁 외 임신>이라니 그것도 이 머나먼 타국에서. 난 그날 저녁부터 6인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수술 날짜가 바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정말 갑작스럽게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가 되어버렸다.
Gute Besserung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장 많이 하고 들었던 말이다. 6인실에서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퇴원을 하며 나에게 <어서 낫길바래>라고 서로 인사를 건네주었다.
내 옆자리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였다. 이미 병원 생활이 익숙한지 책도 보고 노래도 듣고 본인만의 루틴이 잡혀있었다.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할머니는 꽤 여유로워 보였다. 남편은 회사생활과 나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더 어이없는 상황은 내 입원 첫날 한국에서 친구가 독일에 왔었다는 사실. 그 친구는 영문도 모르고 (그 당시에는 미주알고주알 다 설명할 정신이 없었다.) 유럽여행을 왔다가 나 때문에 난데없는 독일 산부인과 투어를 하게 되었다.
나의 병원에서의 하루 일과는 매우 단순했다. 남편이 준비해서 가져와 준 한식 도시락을 먹고 나면 하루 종일 노트북에 다운 받아 둔 일본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소시지와 멀건 죽 같은 수프 그리고 가장 적응이 안 되었건 쌀알이 들어있는 요플레였다. 한국에서도 병원식은 맛이 없는 편이지만 독일의 병원식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는 더 곤욕스럽게 다가왔다.
어느 연예인이 기분 좋은 장소에서 말했던 "온도, 습도, 공기"라는 단어는 내게도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도 난 독일이라는 나라 이름을 들으면 병원식 특유의 냄새와 공기가 떠올라 속이 울렁거린다. 음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 다만 그 당시 내가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어색한 음식 하나하나에 위장까지 내어줄 여유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병원식에서 내가 먹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음식은 오이피클, 치즈 그리고 빵 정도였다.
병원에서의 하루하루는 정말 지루했다. 그래도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는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아시게 되면 걱정만 하게 되실게 뻔했다. 대신 형님에게 우리의 상황을 전했을 때 우리가 참 속이 깊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고 수술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퇴원을 하란다. 이유는 <좀 더 지켜보자>였다.
그래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걱정만 한아름 안고 내 생일 무렵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3편에서 만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