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성경 코너에 여러 출판사의 큐티 책이 있는데, 그 중 『생명의 삶』은 오랜 기간 나와 동행하고 있는 좋은 친구다. 처음엔 큐티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큐티’는 영어의 Quiet Time을 두 글자로 줄여서 ‘큐티’라고 한다. 조용한 시간이며 묵상의 시간이란 뜻인데, 큐티 책은 주일 외에도 매일 성경 구절을 통한 묵상을 혼자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니까 나 혼자 성경책을 읽어도 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성경은 물론 요즘 세상이 어떠한지 알 수 있고 그 안에 조용한 시간의 나의 기도는 나 혼자만이 아닌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과 통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한때 『생명의 삶』을 다루는 출판사에서 일 한 적이 있다. 결혼한 지 몇 달 안 되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것이라 서울 생활이 낯설었을 때, 이런 일이 주어진 것이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웠다. 나는 주로 ‘해외 영업’ 일을 했기에, 해외에 있는 출판사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국내 영업부로 연결하거나, 『생명의 삶』을 각 나라로 보냈다. 그때 처음으로 『생명의 삶』을 알게 되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으로 보냈는데, 우연일지 모르지만 전에 항공사에서 화물 일을 한 감각이 아직 살아있어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영업부는 분위기가 좋았다. 전 직원이 한 시간 정도 전에 출근하여 기도하고, 그날 당번이 준비한 아침을 먹었다. 매일 갖는 시간인데도 누구 한명 잊어버리거나 지각하지 않았고, 그런 것이 부담스럽다기보다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점심은 ‘식권’을 사용했다. 근처 한옥 집을 개조해서 만든 직원 식당은 매일 메뉴가 달랐고, 푸짐했다. 출판사에서 일했던 일을 떠올리면 먹는 장면만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런 재미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다 그런 것이 아니고 파주에 있던 사무실은 겨울에 춥고, 점심을 먹을 곳도 없을뿐더러 업무가 많았다. 대부분의 책이 파주에서 출고가 되니 말이다. 담당자를 만나러 파주에 출장 갔다가 추운데 난방 없이 일하기에 같이 도왔다가 몸이 꽁꽁 어는 듯 했다. 도시락도 덩달아 차가와 졌었다. 담당자가 말하기를 난방비가 비싸서 석유난로를 썼는데 작년에 화재가 나 당분간 결정될 때 까지 이 상태로 지내야 한단다. 지금도 책을 읽다 출판사의 주소를 보면 ‘파주’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출판사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 수 있다.
그러다 남편 일로 미국 시애틀에 가게 되어 출판사를 쉬게 되었다. 그러자 국장님께서 『생명의 삶』을 처음 만드신 분이 시애틀에서 오신 목사님 부부라 하셨다. 직접 소개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오래 기억되었고, 일부러 만나려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러니 인연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억지로 노력해서 되는 것도 있지만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자석처럼 이어진다.
시애틀에서 두 달만 있으려 했는데 임신이 되어 결국 더 오래 지내는 사이에 주위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아는 분의 형이 목사님인데 한번 교회에 가 보자고 해서 간 곳이 『생명의 삶』을 만든 목사님 교회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도 하고, 가족들이 임신했다고 어렵게 구한 한국 음식인 순대를 대접해 주기도 했다. 임신하면 순대를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때 이후 거의 매일 큐티를 하고 있다. 책 한 권을 통해 성경 말씀은 물론이고 여러 사람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용한 시간에 드린 모든 기도에 날개가 달려 하늘로 날아가 빛이 될 것이다. 『생명의 삶』의 생명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임을 삶 속에서 발견하게 될 것 같다. *
2021년 10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