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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Oct 29. 2021

핸드 메이드

 난 원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내 손으로 만든 것을 볼 때면 애정도 가고,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고귀함 때문에 흐뭇하다. 새롭게 탄생한 것에 대한 기쁨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 잊히기 마련인데, 내가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면 내가 들인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신기하다. 

  


 코로나 19가 시작되면서 내 손은 더 바빠졌다. 먼저 외식이 어려워졌기에 손으로 요리를 항상 만들어야 하고, 수선집에 옷을 맡기기보다 직접 바느질하게 되었다. 그러다 요리나 바느질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스를 주서기에 넣어 갈아 마셨었는데 껍질 뒤처리와 시끄러운 소리에 귀찮아져 마시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렸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손으로 직접 강판에 갈아 마셔 보니 맛이 약간 달랐다. 이것을 손맛이라 하는 것일까? 


 

 전에는 당근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당근을 강판에 갈아 천에 즙을 짜서 겨우 나온 보글보글 거품 어린 당근 주스를 마시니 따뜻하면서도 애정 어린 맛이 느껴졌다. 기계에서는 몰랐던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푸근함이다. 그리고 내 손으로 만든 주스를 마시니 내 몸도 좋아하는지 세포가 기뻐 춤을 추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것을 남편에게도 한 잔 주면 멀리서 달려와 냉큼 마셔버린다. 바느질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옷이 있어 표시해야 했는데 기왕이면 예쁘게 수를 놓으면 어떨까 하다 색실을 사서 프랑스 자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프랑스 자수가 아름답다는 것은 알지만 할 줄 몰랐다. 집 근처에 프랑스 자수 교실이 있어 물어보니 수강료와 시간이 턱없이 많이 들었다. 결국 내가 직접 책이나 유튜브 you tube를 보며 해보니 간단한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기에  옷이며 이불, 베개에 수를 놓아 보았다. 밖에서나 볼 수 있는 들꽃이나 풀들이 집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색을 정하거나 모양을 넣는 과정에서 자연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의 완벽함에 놀랐다. 이것도 역시 기계로 하는 것보다 훨씬 예쁘고 애정이 간다. 생활의 발견이기도 하고 코로나 19가 오면서 불편함과 동시에 다가온 풍요로움이었다. 풍요로움? 그렇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애써 만든 것에서 마음의 안정과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핸드 메이드가 주는 선물임이 틀림없다. 순수 재료 안에 손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사랑과 희망과 그밖에 수없이 많은 미지의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옛날부터 ‘손’ 하면 생각나는 것이 엄마 손이다. 일을 많이 해서 주름지고 통통한 엄마 손은 우리에게 약손이었다. 아픈 곳에 엄마 손을 갖다 대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효과는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집도, 다른 나라도 그런 말이 있으니 미신은 아닌 것 같은데 신기한 힘이 있으니 뭐라고 표현을 못 할 정도다. 목사님 손도 그렇다. 교회에서 목사님이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시는데 손에서 찌릿찌릿 뜨거운 무언가가 전해져 와 무서웠던 적이 있다. 이런 것은 나만 그런 것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손을 대고 기도를 하는 것에 믿음이 있었기에 학교 가기 전에 아들 등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해 주었다. 아들은 기분이 너무 좋다며 꼭 해달라고 한다. 아마 이 또한 기도도 편했지만 내 손에서 따뜻함이 느껴져 아들은 마음이 편했나 보다. 그런데 이 손을 모으면 바로 기도하는 모습이 되니, 마음을 다해 손까지 모아 기도하는 자세는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모습이 될 것이다.

   


 피아노를 칠 때도 손을 통해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놀라고 만다.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고, 악보를 만들고 하는 과정은 사람의 가슴에서 나오는 느낌을 손가락 열 개가 고스란히 전달받아 건반 위에 펼치는 것이다. 피아노를 치면 음표로 최대한 전달이 잘되도록 기록하여 후세에 똑같은 음악을 남기고 싶은 작곡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피아노는 결국 음악과 작곡가와 나의 대화이다.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의 손에서 핸드메이드 작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을 기억할 수 있게 나의 핸드메이드 작품은 지금 컴퓨터에서 수필을 치고 있는 손가락에서도 만들어지고 있고,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          

                                                                                                                   2020년 8월 1일   


  

* 제목은 At Last이고 1940년대 만들어진 유명하지 않은 곡이다. 코로나19로 초보 피아노 연습생이 된 나. 주 2회 연습실에 온다. 요즘 예중, 예고, 대입 입시철이라 피아노실이 꽉 차 비어 있는 연습실로 오게 되었는데 이 피아노는 손으로 만든 스타인웨이란다. 우연히 오늘 제목인 핸드 메이드와 잘 맞아 놀랐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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