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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Aug 13. 2021

꿈 팔이 선생님

안데르센『성냥팔이 소녀』-공유저작물 창작공모전 2차- 글(동화) 부문

 크리스마스이브의 저녁입니다. 영호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밝고 따뜻한 불빛을 발견해 발을 멈추었습니다. 불빛이 있는 낡고 어두운 빌딩은 몇 년 전부터 ‘임대문의’라는 종이쪽지만 붙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빌딩의 2층. 영호가 작년까지 다니던 보습학원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눈길이 갑니다.

 “학원비를 못 내서 그만두었는데, 몇 달 후 문을 닫은 학원이네! 그런데 안에 누가 있나? 이 시간에 혹시 선생님이 와 계시는 것일까?”

 영호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몇 가지의 직업으로 바쁜 아버지께 학원을 당분간 다닐 수 없게 된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은 다니던 학원마저 문을 닫아 버린 것입니다. 그래도 영호가 아직 반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때 만난 학원 원장 선생님의 덕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지요. 마침 눈이 내리기 시작했기에 눈도 피할 겸 학원에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네요.

 ‘불빛을 내는 것은 선생님이실까?’

 “역시 선생님이시네요!”

 선생님은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영호를 쳐다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전깃불을 켜지 않고 촛불 하나만 켜 놓고 서류 정리를 하고 계시다 갑자기 찾아온 영호를 본 것입니다.

 “영호구나!”

 “선생님! 왜 촛불을 켜고 계세요?”

 선생님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 이 건물에 비어 있어서 그런지 전기가 안 들어온단다. 급하게 필요한 서류를 여기 두고 와서 찾으러 왔단다. 잘 있었지?”

 영호는 생끗 웃으며,

 “그럼요. 오늘 이렇게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기뻐요.”

 그때 영호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영호는 들키지 않으려 애써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냈지요. 그러나 영호를 잘 알고 계시는 선생님은,

 “배고프구나!”

 “아,,,네.”

 선생님은 윙크하며,

 “먹을 복이 있는 사람은 역시 다르구나.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라 케이크와 치킨을 사 왔단다. 여기에 오면 누군가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거든.”

 영호는 손뼉을 치며,

 “와! 선생님은 여전히 제 마음을 잘 알아주시네요. 엄마가 어제 퇴원하셔서 주무시고 계시거든요. 집에는 엄마 드실 죽만 있어요. 아빠가 오늘 맛있는 것 사 온다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영호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선생님은 멋지게 케이크와 치킨을 내오십니다. 마지막으로 책상 위에 있던 촛불도 가까이 들고 오셨습니다. 선생님은,

 “촛불이 있어 더 멋지게 보이는데?” 

 “맞아요. 제가 이 촛불에 끌려 여기에 오게 된 거예요!”

 선생님은 눈을 크게 뜨며,

 “그래?”

 선생님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갑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 보아라. 여기 케이크 초에 불을 붙여야 하는데, 여기에 불을 붙이면 그 사람의 꿈이 보인단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거야. 단, 이 초를 네가 사야 해. 만약에 네게 돈이 있다면 팔 것이고, 아니면 그냥 케이크와 치킨을 먹으면 된단다.”

 영호는 집에서 나올 때 우유를 사려고 3,000원을 들고나왔기에,

 “여기 3,000원 있어요!”

 “다행이다. 그럼 이 초는 한 개에 1,000원이니 3가지의 너의 꿈을 볼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은 영호에게 3개의 초를 건네주고는,

 “자 그럼 첫 번째 초에 불을 붙여 줄게.”

 선생님은 방 안에 있었던 큰 초에서 첫 번째 초에 불을 붙입니다. 그 순간,

 “엄마다! 엄마가 다 나아서 일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여요. 아빠랑 같이 작은 가게를 하는데 손님도 꽤 있고 두 분도 행복해 보여요.”

 영호는 불빛에 보이는 신기한 광경에 놀라 환호성을 질렀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이어서 두 번째 초에 불을 붙입니다.

 “저건 어른이 된 내 모습이야. 내가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아이들이 어린 것으로 봐서 초등학교 같아요!”

 선생님은 영호의 호들갑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계속해서 마지막 초에 불을 붙였어요. 그러자,

 “엇! 저건 할아버지가 된 나야. 작은 보습학원에서 어떤 아이에게 불을 붙여주고 있어요. 그.....그렇다면 저건 선생님? 내가 선생님처럼 되는 건가요?”

 영호가 선생님께 물어보려 하자 마지막 촛불이 훅하고 꺼져 방금 보였던 광경은 없어집니다. 그리고 옆에서 초에 불을 붙여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멀리서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조용하게 들리고 영호 앞에는 케이크와 치킨과 커다란 촛불만 은은히 비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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