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하셨습니다!

불합격은 합격의 반대말이 아니다. 다른 길로 가라고 경고이다.

by 허진희
장벽.jpg 이미지자료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4136405

대한민국 최초로 내가 공부하는 것들을 적용해보고 싶었던 분야가 있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너무 높았다. 파슨스 스쿨이었다면 아마 '환영합니다. 합격입니다.'라고 했겠지만, 여기는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아이디어 하나로 합격시켜주기엔 까다로운 입학조건들이 있다. 그들만이 정해놓은 조건들...


나는 어쩌면 불합격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사례들도 있으니, 불합격에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자는 나의 용기는 대단했다. 나는 스스로를 쓰담쓰담 칭찬한다. '잘했어!, 진희야!'


면접을 보고 한 달 여 동안을 기다려야 합격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워낙 일정이 많아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발표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끔씩 통화할 때마다 아빠는 말하셨다. "진희야, 아이고 언제 발표 나노? 지겨워 죽겠네. 뭐가 그리 오래 걸리노?"

부모님은 나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왜냐하면 투자한 게 있으니 투자자의 당연한 심리가 아니겠는가! ^^;;;

하지만 아이 셋을 내리 낳으면서 부모님의 기대와는 달리 육아와 살림과 병치레에 지친 내 모습에 얼마나 안타까워하셨을까! 대한민국의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의 시작이기도 한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 세대를 이해한다. 워라밸을 모르고 일만 하시던 세대가 아니던가. 투자라고는 자식 교육밖에 모르고 살아온 세대들이다.


불합격을 확인하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떨어졌어." 수화기 너머 아빠의 깊은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속상했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려 아빠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불합격은 합격의 반대말이 아니다. 다른 길로 가라는 경고이다. 나는 이 말을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불합격 소식을 확인하고 잠깐 멍했지만, 깊은숨 한번 들이시고 물 한 컵을 마셨다. 그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다른 길을 찾았다. 산의 정상에 오를 때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완만한 코스, 급경사이지만 지름길 코스 등 자신에게 맞는 길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나는 나에게 맞는 코스를 찾았다. 그리고 그 기쁨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실패는 끝도 절망도 아니다. 실패는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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