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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Apr 01. 2024

고양이는 거울이다


도서관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단지 내에 철장 너머로 꼬질꼬질한 길고양이 3마리가 쉬고 있었다.


산만한 덩치에 귀엽다고 느껴 사진을 찍으려고 쭈그려 앉았는데, 한 마리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서로가 초면인데, 이렇게 쉽게 다가오니 내가 고양이인 듯 더 경계를 했다.


철장을 사이에 두고 나는 손가락을 내밀었고 그 녀석은 코인사를 했다. 좀 더 다가가볼까 싶어 머리를 긁적여 주었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탄 녀석이 분명했다.


배가 고픈 것이었을까?

사람이 그리웠던 것일까?


이 녀석은 눈에 생기가 없어 보였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는

고양이는 나를 비추는 거울 같은 거랬다.


고양이의 표정이 어때 보이는 지는, 그 고양이의 심적 상태가 아닌 나의 심정싱태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월요일 새벽에 잠에 들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이 고양이의 생기 없는 눈이 떠오른다.


어쩌면 나는 그 녀석을 통해 나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생기 없는 것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거울을 보더라도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적이 있을까?

거울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나는 내 눈을 피했을 테다. 내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건 생기 없는 나를 바라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의 방향이란 것이 이렇게 자조적이다.


고양이가 나의 감정을 표정으로 대신 말해준다느니,

내가 내 눈을 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움이라느니,

그런 이유들은 하등 쓸데없는 생각일 것이 분명하다.


분명함에도 생각은 부정적인 사고로 길을 잃어버린다.


길을 잃어버린 생각은 건강하지 못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새벽에 잠에 못 드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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