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편소설 17
”그러면 제 오른쪽 옆에 계신 분부터 해서 돌아가면서 자기소개할까요? “
자기소개를 끝낸 상담가는 마이크를 우리들에게 넘겼다. 그녀는 마지막 순서인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이런저런 직업을 거치며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부끄럽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데가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는 몇 주 전 그녀의 의뢰인을 끝끝내 죽인 연쇄살인범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겨우 왔는데,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해. 아니면 또다시 놓쳐버릴 거야.’
한 명 한 명… 자기소개를 했지만, 그녀의 차례가 오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의심되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그녀가 자신을 소개할 차례이다. 그녀는 사실인 정보를 섞어 친구를 잃은 충격에 극심한 우울감과 좌절감을 겪고 있는 내담자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여기 온 본론부터 말하면… 제 친구가 죽었습니다. 몇 주전 살해를 당했는데… 저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였어요.”
사람들의 침묵과 탄식이 섞여 이 공간에 긴장감을 더해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하면서 범인이 반응할 수 있도록 사건 정보들을 흘리듯이 말했다.
“친구가 살인자로부터 도망치면서 저에게 전화를 했는데… 제가 구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전에 무서운 상황이 있었다고 했을 때 좀 더 주의 깊게 얘기하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도 한이고요…“
그녀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잠시 침묵을 했다. 마치 기억을 꺼내기 고통스러운 사람처럼 가슴을 움켜쥐었다. 옆의 내담자가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주기라도 하듯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져주었다.
‘이 사람일까?’
한 치의 의심도 지우지 않고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비명소리가 들리고, 정적만이 흐르면서…”
여전한 사람들의 탄식과 침묵 속에서 누군가 손가락으로 의자 팔 거치대를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저 소리다.!’
그녀는 저 소리를 확신했다. 살해당한 의뢰인과의 통화 넘어 살해당하는 순간 들려왔던 범인의 손가락을 두드리는 소리… 똑같은 소리다.
그녀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다리를 꼰 상담가가 그녀를 무표정하게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