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를 쓰게 했다 ② 아픔 이후의 변화

한국 · 붙잡고 있던 시간을 바라보게 된 순간

by Mansongyee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내게는
친구 같은 이모가 한 분 계신다.
엄마와는 띠동갑이다.

나는 늘 말하곤 했다.
외할머니는 어떻게

이렇게 예쁘고 야무진 두 딸을 낳으셨을까 하고.

그 이모는
조카들인 우리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시간 속에도 늘 함께 있었다.
졸업식, 작은 행사들,

사진을 펼치면 항상 그 자리에 계셨다.

그 묵묵한 챙김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늘

짧게 왔다가
휙 떠나는 사람이었다.

멀리 있다는 이유로
마음을 충분히 건네지 못했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것을

막연한 계획으로만 미뤄 두고 있었다.


작년,
나는 오랜만에

넉넉한 시간을 내어
엄마를 뵈러 갔다.


이번에는

시간을 제대로 건네고 싶었다.

이모와 엄마를 모시고
연극을 보고,
음악회를 가고,
영화를 보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미뤄 두었던 시간을
조금은 채워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내가 생각한 방식으로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모는
무릎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엄마는
이미 바깥을 향해 문을 닫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내가 준비한 시간은
앞으로 올 기회가 아니라,
이미 멀어지고 있던
과거였다는 것을.

나는 늘 말해 왔다.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현재를 미루지 말자고.

그런데
그 말을 하던 내가 만만하다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시간을 미루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슴에

돌덩이를 안고 있는 듯

묵직하게 아팠다.


그 아픔을

어디에도 내려놓지 못한 채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무언가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나를 깊이 들여다보면

글은 조용히 따라 나왔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을 놓쳤기에

한국만 바라보면 아픈지,
무엇을 붙잡고 놓지 못하고 있는지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감정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가슴에 머물러 있던 것들이
글로 옮겨지면서
조금씩 가벼워졌다.


달라진 것은
상황이 아니라 나였다.

나는 더 이상
그 시간을 붙잡고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비로소 나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그 시간을 따라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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