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봉은사는 어디로 갔을까

한국 · 그 자리에 남은 것과, 내 안에 옮겨온 것

by Mansongyee



봉은사

그곳은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고,
멀리 떨어져 사는 나에게는
오래 붙들고 있던 한 조각의 그리움이었다.

그 시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는 그곳으로 갔다.
기도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가장 많은 생각을 하던 시간.

그 시절 그곳에는

설명도, 지시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찾은 봉은사.


입구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찰이 아니라 스크린이었다.
디지털 안내판이
대문처럼 서 있었다.

곳곳에는

조용히 하라는 말,

사진을 찍지 말라는 말,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 달라는 말들이
벽마다 가지런히 붙어 있었다.


천 년의 시간을 견뎌온 공간인데,
그 안의 공기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향보다 먼저
정보가 느껴졌다.
머무르기 전에
먼저 이해하고 따라야 하는 공간처럼.


그 순간,
나는 그곳에 들어가기보다
설명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잠시 서서 생각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봉은사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내 안으로 옮겨온 것인지.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어떤 공간은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더 오래 살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그 기억이
현재보다 더 깊고 선명하다는 것을.




나는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곳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남아 있는 곳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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