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의자

한국 · 부모는 한순간으로 말하고, 아이들은 그 시간을 통과한다

by Mansongyee



분당 탄천을 뛰다가
중앙공원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좋아하는 길이다.
달리기 좋다며
꼭 같이 오고 싶다고 했던 곳.

공원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그가 한 곳에서 멈췄다.

그리고
혼자 웃었다.
“여기야.”
“눈물의 의자.”

아들이 중학생이던 시절이었다.

주말이면
공부하러 간다고
데려다 달라고 하던
독서실이었다.

그날도

그곳에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러 갔단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들은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더란다.

남편 말로는
책상 위에 얼굴을 묻은 채
축 늘어져 자고 있더란다.

보는 순간
남편은 속이 확 올라
가방 챙겨서 나가자고 했단다.

공부하겠다고 나와서
이렇게 자고 있다니.
그대로 차에 태워
이 공원까지 데리고 왔단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가
둘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앉히고는
“잘 거면 집에서 자지.”
그 말은
단순한 꾸중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안에는
청소년기의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 나름의 방식과,
어떻게든 방향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함께 들어 있었을 것이다.

아들은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단다.
그리고
무언가를 다짐했다고 했다.

남편은
그 이야기를 하며 껄껄 웃는다.
지금은 아들과의 진한 추억의 이야기라고.

그날 울고 있던 그 아들은
올해 마흔이 되었다.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며
여덟 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나는
그 테이블 의자 앞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잠이 쏟아질 나이의
소년을 지켜보았다.
그날의 눈물은 어디로 갔을까.

그날의 다짐은
정말 그 순간에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수없이 반복된 시간 속에서
조용히 쌓여간 것일까.

아버지는
그날을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그날은

집으로 돌아오던 길의 공기,

아버지의 목소리,

자신의 뜨거웠던 눈물이 뒤섞인

긴 시간으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부모는
한 순간으로 말하고,
아이들은
그 시간을 통과한다.

나는 그 의자 앞에서
조금 오래 머물렀다.

웃고 있는 남편과
울고 있었을 아이와
지금의 시간을
한 자리에 놓고 바라보았다.

인생은

결과를 알고 나면
많은 장면이 가볍게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는
그 모든 것이
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다.



나는 이제,
한 순간의 장면보다

그 시간을 지나온 마음을 더 오래 생각한다.


이전 11화엄마가 나를 쓰게 했다 ③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