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머무는 방식이 달라진 이후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나는 머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선다.
같은 하루를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머무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잘 해내는 것이 중요했다.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놓치지 않고,
조금 더 나은 쪽으로
나를 밀어가는 일.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삶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이 생겼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잠시 바라보는 시간.
지나가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하루의 장면들.
그것들이
그대로 지나가지 않고
내 안에
조용히 머문다.
나는 그 순간들을
예전처럼 흘려보내지 않는다.
잠시 멈추어
그 안에 서 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문장이 시작된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 일도 아닌 순간에서
무언가가 살아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무언가를 더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 있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쪽을 선택한다.
잘하려고 애쓰는 대신
놓치지 않으려 한다.
더 멀리 가기보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조금 더 또렷하게 느끼려 한다.
나는 여전히
완성된 사람이 아니고,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하지만
하나 분명해진 것이 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찾기보다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조금 더 나로 살아간다.
나는 결국,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갈지 보다 어디에 서 있는지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