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척과 의기소침 사이
당신은 어떤가요?
책을 읽다가
처음 보는 단어를 만나면
그냥 문장을 지나가나요.
아니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처음 듣는 말을 만나면
잠시 마음이 멈추나요.
그 자리에서
묻나요.
나는 오늘
두 번이나 그런 순간을 만났다.
한국에서 가져온 『무진여행』을
다시 읽다가
“데드롱 직의 바지”라는 문장을 만났다.
데드롱 …
어떤 천이지.
분명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그때는 보이지 않던 단어가
이제야 발을 붙잡는다.
나는 잠시 멈췄다가,
이내 문장을 지나갔다.
책은
모르는 단어 하나쯤은
너그럽게 넘어가도
계속 읽을 수 있으니까.
그날 저녁
아이들과 카톡을 하다가
또 하나의 낯선 말을 만났다.
“DTF 밴쿠버 생겼던데.”
이건 또 뭐지.
현지 미식가들 사이에서
거의 '성지'가 열리는 분위기라는
식당 이름 딘타이펑(Din Tai Fung) 얘기였다.
이상하게도
책 속에서 모르는 단어는
그냥 지나가는데,
아이들 대화 속에서 만난 모르는 말은
가시처럼 마음에 툭 걸린다.
아마
언어는 정보보다
관계에 더 가까워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가 서 있는 시간과
젊은 세대가 서 있는 시간이
많이 다름을 느낄 때,
언어는 조용히 나의 나이를 건드린다.
그래서 나는
겉으로는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그게 뭐야…” 하며
살짝 의기소침해진다.
요즘의 나는
그 두 가지 표정을
꽤 자연스럽게
동시에 쓰고 산다.
뜻을 몰라도
일단 고개부터 끄덕여 주는,
그런 다정한 나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