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③

밴쿠버 · 우리가 정성스럽게 안고 온 것

by Mansongyee


리마이에서 본 이누이트 작품이

나를 이곳까지 데려왔다.




Kananginak Pootoogook (1935–2010) 〈Midnight Sun〉, 2008

Lithograph, Edition 37/50 , Cape Dorset, Nunavut

이누이트 판화 예술의 중심지 케이프 도싯에서 제작된 50점 한정 석판화.

북극의 ‘해가 지지 않는 밤’을 담은 작품이다.



그림은 아직 벽에 걸리지 않았다.
집 안 한쪽에 기대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


노스밴의 바닷바람을 지나
손에 안고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도 우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림은 가볍지 않았다.
가격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편의 생일은 2월.
나의 생일은 3월.
해가 가장 짧은 계절을 지나
조금씩 길어지는 사이,
우리는 나이를 하나씩 더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서로의 생일 선물로
함께 하나 사자.”


누군가의 손에서 시작된 선과 빛이
협동조합을 지나 바다를 건너
우리 집까지 왔다.


그 길을 생각하면
이 그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Midnight Sun>

해는 지지 않고
밤은 완전히 오지 않는 시간.

어둠을 완전히 밀어내지 않는 빛.


나는 그 빛이 좋았다.
완전히 밝지 않아도
완전히 어둡지 않아도
그 사이를 견디며 남아 있는 시간.


우리의 계절도 그렇다.
젊음이 지나고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그러나 아직 꺼지지 않은 무엇.

그림은 아직 걸리지 않았다.

어디에 둘지
어떤 빛을 받을지
우리는 천천히 고르고 있다.

아마도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자리일 것이다.


그때
북쪽의 해가
잠시 우리 집 안에도 머물 것이다.


리마이에서 시작된 한 시선이
도시를 건너
우리의 생일 사이에 내려앉았다.


우리는 그 빛을
정성스럽게 안고 왔다.

그리고 이제
그 빛이 머물 자리를
조용히 내어주려 한다.




나는 이제,

빛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머물 자리를 내어 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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