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 공동체가 만든 세상으로 나가는 길
리마이에서 본 이누이트 작품이
나를 이곳까지 데려왔다.
Inuit Gallery of Vancouver
문을 열자
온도가 먼저 달라졌다.
위로는 시원하게 열려 있고,
빛은 조각의 결을 따라 조용히 흐른다.
Inuit Gallery
이누이트 예술을 통해 북극 원주민의 삶과
세계관을 소개하는 갤러리다.
갤러리 안의 조각들은
전시를 위해 태어난 물건이 아니라
오래 버틴 삶의 흔적처럼 보였다.
Dancing Polar Bear (춤추는 곰)
Johnny Inukpuk, Cape Dorset. 이누이트 조각에서 반복되는 대표적 모티프.
북극곰의 육중한 몸을 한 발로 세워 힘과 균형, 그리고 자연과의 영적 교감을 형상화했다.
나는 궁금했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북극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캐나다 누나부트 준주(Nunavut)의
배핀섬 남쪽 끝
케이프 도싯(Cape Dorset)
1950년대 중반,
예술가이자 작가였던 James Houston이
케이프 도싯에 머물며
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 목판화 기법 등을 참고해
기술적인 도움을 주었고,
그 길 위에
협동조합(West Baffin Eskimo Co-operative)이 세워졌다.
작품은 개인의 재능이었지만
세상으로 나가는 길은 공동체가 만들었다.
그렇게 예술은
전시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립 수단이 되었다.
나는 그 대목에서 멈췄다.
세련된 정규 교육의 산물이라기보다
삶 그 자체의 묵직한 기록.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다시 손자에게
눈으로 보고 손으로 익히는 도제식 전승.
학교 대신
바람과 얼음과 사냥의 기억이
그들의 교과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Kananginak Pootoogook의
〈Midnight Sun〉 앞에 섰다.
물 위에 얇게 깔린 빛.
정박한 배.
언덕 위 작은 불빛들.
나는 생각했다.
저 배가
그들의 앞바다에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기회였을까.
위협이었을까.
새로운 세계였을까.
그리고 무엇을 원했을까.
살아남는 것.
남겨두는 것.
기억되는 것.
그 질문이
그림 속의 고요와 겹쳐졌다.
이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어떤 시대를 건너온 시선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