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끄적-13. 꼰대
Latte is horse
절대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전 직장에서의 6년 2개월 중 4년을 일했던 파주 물류센터에서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이다. 연이은 야근에 지쳐있는 직원들을 독려하기보다 '나 때는 다했어!' 라며 윽박지르고 다그치다가도 센터장이나 본사 직원들에게는 빌빌대던 팀장이나 용역 직원들 수당이나 회사 내 기타 비용들을 뒤로 빼돌리는 센터장을 보며 나는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라는 마음으로 일했다. 여기에서 일하는 것 말고는 어디 다른 곳으로 갈 기술도 자신도 없었기에 이런저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항상 머릿속에는 저 상사들에 대한 욕과 저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며 몸을 혹사하다 보니 과로로 입원해 있었다. 입원하고 있던 3일 간 다르게 생각을 해보자 라는 마음을 먹었다. '저 거지 같은 팀장처럼 되지 말자' 라든가 '이런 거머리 같은 센터장 좀 없어졌으면' 같은 부정적인 것보다는 '나는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다.' 나 '나는 좀 더 효율적인 사람이다' 같은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겠단 결심이 섰다. 복귀 후, 그들은 변함없이 나에게 욕을 하고 쥐어짜려 했지만 마음가짐을 바꾼 시간이 지나면서 더 여유롭게 받아치고 일의 효율도 올려놓을 수 있었다.
회사에 사표를 냈을 때, 제주로 가서 최저 임금을 받고라도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내 말에 센터장은 '지금이야 가족과 함께라 좋겠지만 나중에 너는 망한 삶을 살게 될 거야'라는 막말과 함께 승인을 해주었다. 짧게 '네'라는 대답과 함께 나왔고 그렇게 8년이 지났는데 아직 안 망했다. 몇 년 후 회사는 망했다.
절대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보다는 절대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마음 가짐을 가지려 노력한다.
삶의 목표가 훌륭한 위선자이니 만큼 긍정적인 욕망(?)의 수호자가 되어보는 것이 나쁘지 않은 듯하다.
라떼는 커피다. 나는 아메리카노가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