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끄적-12. 안부
당신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했던가?
주위 지인들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한번 열리면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는 편인데 그 시간을 견뎌내 주는 사람이 얼마 없다 보니 친구라고 생각하는 인물들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런 친구들에게도 일 년에 한두 번 통화하는 게 전부이다. 물론 보고 싶지 않거나 소식이 궁금하지 않거나가 아니라 그냥 그들도 열심히 살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육지에 있을 때는 분기에 한 번씩은 만나서 술자리도 가지고 했지만 제주로 오고 나서는 겨울에 귤 보내줄 때 말고 특별히 연락할 일은 없다. 어쩌다 생각이 나서 통화를 하면 삼십 분을 넘게 수다를 떨기는 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라는 생각에 한 달, 두 달, 반년의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먹고살기 바빠서, 딱히 전화할 이유가 없어서,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니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 날 갑자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술에 잔뜩 취한 친구 녀석이 뜬금없이 '너는 우리 안 보고 싶냐? 우리는 너 보고 싶다'라며 술주정을 했다. 평소였다면 술 좀 적당히 먹으라고 하고 끊었겠지만 8년간 안 본 친구의 말에 갑자기 울컥하여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서울로 올라갔다. 갑작스럽게 끊은 티켓이라 평일이었는데 이 녀석들은 다들 칼퇴를 하고 달려 나와주었다.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십수 년 전 함께였던 바보짓 하던 추억과 지금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정이 훨씬 넘은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와줘서 고맙다고 서로 안부는 전하자고 다짐하며 마지막 잔을 부딪혔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보다 종종 연락은 하려고 하고 있다. 친구들 말고도 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팀장님이나 선배에게도 전화를 하기도 한다. 지금 나이대에 갑자기 전화 오면 안 좋은 소식이나 지인 영업일까 경계하겠지만 전화를 받고 안부를 물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통화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왜 이런 걸 이제야 하게 되었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게 정이겠지만 말하면 훨씬 더 좋은 정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움을 숨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