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 끄적-02. 햄버거

햄버거를 좋아하나요?

by 선호

내가 처음 가난을 느꼈던 날은 초등.. 아니 국민학교 2학년 때이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이상하게 나를 미워했다. 체벌이 당연하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툭하면 맞았다. 숙제도 꼬박꼬박 하고 장난도 안치고 떠들지도 않던 조용한 나였지만 글씨가 삐뚤 하다고 맞고 바른 자세로 앉지 않았다고 맞고 지나가다 길에 서 있었다고 맞았다. 회초리로 맞고 뺨을 맞고 출석부로 머리를 맞고 하면서 참 신기하게도 잘못했습니다라고 말을 한적은 없었던 기억이다. 그렇게 맞고 다니던 중에 어머니한테 뭔가 연락이 간 모양이었다. 어머니가 나를 안고 '엄마 아빠가 돈이 없어서 미안하다'라며 우셨다. 영화 '선생 김봉두'에서는 감자라도 바쳤는데 단칸방에 살던 우리에겐 그런 것도 갖다 바칠 여력이 없었던 듯했다. 그때 처음으로'돈이 없으면 이유 없이 맞기도 하는구나'라는 아픈 기억이 처음 생겼다.


학년이 올라가고 반장선거에 누군가가 나를 추천하면 선생님께 '우리 집은 돈이 없어서 반장 부반장 하면 안돼요'하고 사퇴를 했다. 뭔가 임원이 되면 학교 행사를 할 때 햄버거든 피자든 돌려야 하는데 나도 못 먹어본 음식을 돌릴 여력이 없는 것을 알기에 그랬다. 그런 나를 선생님들은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그럼 어쩔 수 없지' 라며 후보에서 제외시켜줬다. 4살 터울 동생이 초등학교 1학년에 멋도 모르고 부반장이 되고 학교 운동회에서 어머니가 요구르트를 돌렸을 때 동생 담임과 반장 엄마가 학교 행사에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며 어머니께 줬던 무안과 질타를 지금 생각해도 이를 악물게 만든다.


반장이나 부 반장의 부모님들이 학교 행사 때 나눠주는 햄버거는 너무너무 맛있었다. 하나를 다 먹기가 아쉬워서 반만 먹고 집에 와서 나머지를 먹었던 기억이다. 그나마도 동생한테 뺏길까 봐 몰래 숨어서 먹었다. 그때의 햄버거는 나한테 돈 많은 집 애들이 먹는 음식이었다.


40살이 넘은 지금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햄버거이다. 내가 막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먹고 싶을 때 햄버거 사 먹을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갑자기 치즈버거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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