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만 '빛'을 붙여준 이유

by 사과이모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하는 그 좋은 눈빛을 한없이 쳐다보고 바라보다가 그 눈빛이 나에게 좋은 신호를 보내오면 나도 그 눈빛에게 팔을 두르고 오래 같이 가자 할 것이다. 사랑해도 되냐고 말할 것이다..png



길을 걷는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미소를 띠고 손을 흔들며 걸어온다. 내게 흔드는 것이 아닌데 마주 흔들어주고 싶다. 그만큼 예쁘고 환한 미소다. 이목구비가 예쁜 것이 아니라 싱그러운 에너지가 절로 전해져서 기분이 좋다. 고등학교 시절, 멋 부리기 좋아하던 친구들이 선생님 몰래 화장을 조금씩 하기 시작할 무렵,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 너희는 화장 안 해도 예뻐,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예뻐! 그때는 이해되지 않던 마음이 그녀를 보면서 알아진다. 물을 준 화분처럼 생생하고 탱탱하다. 눈치채지 않게 슬쩍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은근한 미소를 띤 청년이 수줍게 웃고 있다.


사귀는 사이일까? 아니면 썸? 만난 지는 얼마나 됐을까? 한 달? 아니다.. 요즘은 좀 빠르다고 했으니 일주일? 상상은 꼬리를 물고 그 사이 그들은 찰싹 달라붙는다. 나와 그, 그녀 우리 세 사람 중에 그들의 지금 이 순간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나'다. 그녀는 설레는 그를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사랑스러운 표정은 보지 못한다. 그 역시 그녀의 들뜬 표정을 보느라 자신의 설렘 가득한 표정은 보지 못한다. 나만이 관객석에 앉아 그들의 서사를 그려볼 수 있다. 시원한 청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짙푸른 동해바다 같고, 은은한 하얀 원피스의 그녀는 하얀 백사장 같다. 바다와 백사장은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작품에 살아있는 생생함을 더해준다.


'취미는 사랑'이라는 노래 제목도 있던데 내 취미는 '사랑 관찰하기'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스토리를 지어내고, 배경음악을 상상한다. 한 사람이 혼자 거니는 모습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에 더 오래 시선을 둔다. 그곳에는 늘 '좋은 눈빛'이 있다. 만일 인간에게 천사가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면 그런 순간일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장면을, 표정을 바라보는 순수하고 맑은 아이 같은 눈빛. 그래서 유독 '눈'에만 '빛'을 붙여주었나 보다. 코빛, 귀빛 이런 건 이상하니까. :)


눈에서는 진심이 흘러나온다. 빛난다. 사랑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도 '빛'날 것이다. 그러한 나를 바라보며 또 누군가의 가슴에 '사랑'이 심어질 것이다. 더 많이 더 귀하게 자주 바라보아야겠다.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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