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관련된 옛 이야기에 끌린다. 절에 갈때면 사찰 특유의 고즈넉함에 취하고, 공간이 주는 개방감에 매료된다. '절'이라는 행위에스며있는 하심하는 태도 역시 마음에 든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끌린다는 것. 그것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한국 불교의 전통을 소설적으로 복원한 최인호의 '길 없는 길'을 읽다 보면 절 집안 이야기가많이나온다.그중에 '불목하니'가 등장하는데 '불목하니'는 절 안에 소일거리를 행하는 종노를 말한다. 직업의 이름이란 실제 하는 일과 연관이 있기 마련이다. 변호사가 사람들을 '변호'해주는 사람, 이라는 의미를 이름에 새겨둔 것처럼. 불목하니는 그러기에는 이름의 모양새가 이상한 것이다.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다. 불목하니의 옛말은 '불목한'으로 이 단어는 한자어 '불'과 한자어 '목', 그리고 한자어 접미사 '한'(하니)의 합성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불과 나무'가 이름에 새겨있는 직업이라면... 장작에 불을 붙이고 밤새 불을 꺼뜨리지 않는 일이 중요했던 시절, 그의 메인 롤은 '불씨를 사수하는 것'일 수 있겠다. 하는 일이 불을 꺼뜨리지 않는 일이라니.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면 연료를 넉넉하게 준비하고, 적절한 양을 적당한 타이밍에 넣어줘야 할 것이다. 그날의 날씨와 공기의 냄새에 따라 어떤 연료가 필요한지에대한 감각도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불목하니 같은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라고 답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에게 연료가 되는 사람. 어떤 연료를 충전해줘야 할지 직감적으로 알아내는 사람. 작게 질문하고 오래 들어주는 사람. 안심되는 그 좋은 눈빛으로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사람. 가만히 포옹해주어야 하는 날은, 말없이 그냥 안아주기만 하고 코끼리 바라보듯 말 걸지 않고 따스한 눈길만 보내는 사람. 수다가 필요할 때는, 혹시 그 독 안에는 뭐가 들었냐고 물을 정도로 끝없는 수다로 밤을 지새울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람. 때로 어린 아이 같은낄낄거림이 필요한 그를 위해 하루에 하나씩개그 동영상을청취하는 사람.
우리가 해야 할 일은내 안의 불씨 꺼뜨리지 않는것.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공급해줄 때 그 불씨, 활활 타오를 것이다. 자신의 불씨를 계속 타오르게 하는 일.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장 큰 의무일 수 있겠다. 두 번째로 중요한 일은, 내 곁에 사람들의 가슴속 불씨 챙겨봐 주는 것. 그에게 지금 꼭 필요한 연료가 되어주는 것. 힘이 되고 응원이 되고 격려되는 것. 그것은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미안한 정도로 중요한 일이겠다.
살아가는 것은 내 안의 불씨 조심조심 안고 살아가는 것. 내 안에 불씨가 있어야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 따스한 온기 전할 수 있다. 가슴속 불씨 꺼진 체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중에, 당신은 은은하게 당신 안에 불씨 품고 사는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