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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Oct 11. 2022

가을이 하는 말


가을이 하는 말을 나는 다 알아들을 수 있을까.

저 푸른 하늘이 나에게 하는 말을

나는 생전에 다 들을 수 있는 것일까.

이 가을은 나에게 너무도 맑고, 깊고, 높고, 넓다.



- 이해인, '2014년 일기'중에서




이해인 수녀님은 소녀감성인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분. 가을이 어떤 말을 하는지 듣고 싶은 저 마음을, 아름답다는 말이 아닌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골에서 자랐던 엄마는, 자연을 노래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외우면서 순수한 감성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엄마는 충청도 시골 동네에서 자랐다. 시내에는 공주 사범대학교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주최하는 시 쓰기 대회에서 엄마와 이모들 여럿은 돌아가면서 상을 받았다고 했다. 자연에서 뛰놀며 자연에 물들어있던 소녀들은, 이제 60대, 70대, 80대로 곱게 자랐다. 늦가을이 되어가는 나이에도 시를 쓰고 상을 받았던 어린 시절은, 여전히 그녀들의 자랑거리이겠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녀들에게서 배웠으리라. 아니 물들었으리라.


가을이 하는 말을 수채화로 그리려고 물감을 꺼내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가을색'이 없다. 내가 본 중 가장 깊고 짙은 가을색을 닮은 그녀들을 떠올리며.. 빈 도화지에 가을을 채워나간다.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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