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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Oct 25. 2022

우선 나를 깊이 안아줄래


살 날이 하루, 한 달, 1년 남았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가 미처 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이 중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적기에 바빴다. 하려고 했는데 못했던 것들, 사람들 눈치 보느라 시도하지 못했던 꿈들, 가까운 이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사랑 표현.. 그런 것들은 차고 넘쳤다. 


그러다 문득,  제일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을 깊이 안아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인미답의 인생길. 단 한 명도 같은 생이 없다는 것은,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이다. 혼자서만 갈 수 있는 인생길, 이 길을 여기까지 잘 걸어왔구나, 하고 따스히 나를 안아주고 싶다.


돌이켜보면, 이전에 답들은 모두 방향이 밖으로 향해 있었다. 나는 늘 무언가를 더해야 하고, 부족했고, 더 잘해야 했고, 미진했다. 그런 내가 남은 시간 해야 할 일은 그것들을 메꾸는 일. 주변 이들에게 더 좋은 사람으로 남는 일, 더 멋지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일. 그렇게 부족했던 나를 부지런히 채우는 일...


이제는 내 안으로 향해보기로 한다. 지금의 나를 더 깊이 안아주기로 한다. 내 생의 마지막이 온다면, 나 자신에게 예를 갖추고 싶다. 깊은 존중을 다해서 나에게 절하고 싶다. 귀하고 소중한 님, 존경하는 어르신, 다시 뵙지 못할 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절을 올리듯이.


문득, 마지막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구나... 알아진다. 내 생의 마지막이 언제일지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나에게 예를 갖추며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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