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찍으려는데 사진 앵글 속으로 연인이 걸어 들어왔다. 걸어오는 것까지는괜찮았는데갑자기 키스를 한다. 두 사람의 1,021번째 키스였을까? 바다를 찍으려다 사랑을 찍어버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을 저 두 사람에게 전해야 할까, 나 혼자 간직해야 할까. 이것 참 난감하다. 이걸 전한다면, 저들에게는 인생 사진이 될 것만 같은데... 용기를 내볼까? 저기요.. 제가 어쩌다 보니 댁들의 인생 사진을 찍었는데 말이지요...로 말을 걸면 어떤 표정일까? 아니지 아니지.. 이건 약간 도촬 같은 느낌도 들잖아... 전하면 안 되지.. 그러다 욕먹지. 아, 그래도 이 사진을 보면 자신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취해 욕하는 걸 잊을지도 모르는데... 이 아름다운 사진이 찰칵, 내 수중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는 이런 고민에 빠져버린다. 이런 쓸데라곤 하나 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 나란 사람이니 어쩌겠는가. 이런 내 마음의 종종거림을, 좋은 것을 나누려는 따뜻함으로 봐주었다면, 만일 당신이 그리 봐주었다면, 당신은 내 마음에 두 걸음쯤 더 걸어 들어온 셈이다. 당신 하고는 아주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의미이겠다.
여행을 하며 찍은 풍경사진에는 여러 명의 연인들이 콩알만 하게 등장한다. 사진 속 연인들은 사랑을 한다. 키스하는 연인들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길을나란히 함께 걷는 것도 사랑이다. 한 사람이 앞장서고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가는 오래된 사람들의 산책도사랑이다. 반려견과 연결된 선을 잡고 그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도사랑이다. 바다를 연인 삼아 바다 앞에 의초롭게 서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역시 사랑이다.
한겨레에서 사진기자를 하던 분과 인연이 되어 여럿이 함께 길게 자주 산으로 들로 꽃으로 나무로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그에게서 사진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배웠다.
아름다운 시선과 기다림.
아름다운 것보다 당장에 멋이 좋았던 시절, 내 사랑은 얼마나 작고 작았을까. 내 앞에 풍경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은 세월이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아름답다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사진 앵글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시간이 흐르니 알게 된다. 아름다운 것을 담아내는 내 품이 커졌구나.. 사랑이 커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