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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Apr 20. 2022

돈에 시간을 팔지 않는 삶

사람들은 풍요롭게 살기를 원한다. 많은 이들에게 ‘풍요 = 돈’이라는 수식어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시간의 풍요도 그만큼이나 충만감을 준다. 마치 세상에 시간은 다 내 것이라는 듯 시간에 대한 느긋한 태도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


많은 이들이 시간에게 덜미를 잡혀 내가 가는지, 시간이 가는지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나 역시 오래도록 익숙하게 그리 살아왔다. 돈에 시간을 팔지 않기로 결정한 후, 시간은 내게 넉넉하게 주어졌다. 일상에서 그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비행기 컷

비행기의 착륙 알림이 울리고, 비행기 문이 열리기도 전에 마치 자석에라도 이끌리듯 일제히 일어나는 사람들 속에서 ‘의도적으로 천천히 나가기‘를 결정해본다. 마치 시간의 풍요가 나에게만 있는 양 가만히 앉아서 (마음 속 나대는 소리 가라앉히며)

사람들이 거의 나가고 고요해진 비행기 안을 스윽~ 바라보며 우아하게? 걸어 나가본다. 10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된 것치고 대단히 평온하게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 10분 일찍 나간다고 상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살았을까? 그것이 나의 조급함의 습, 도시 생활의 습이구나..


#머리 감기 컷

머리를 감다 보면 헤어린스를 3-5분 발라두고 헹구라고 나와있다. 그동안 나는 그 3분을 기다리지 못했구나 알아진다. 30초 기다리면서도 조급했고, 바르고 바로 감아버리기도 했고, 뭘 뒤집어쓰고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기도 했다. 1분 1초가 아까웠던 건가? 뭣이 그리 바빴데? 오늘은 헤어린스를 바르고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고 서 있었다. 물소리 들으면서, 호흡도 바라보면서.. 멋지게 이름 붙이자면 3분 머리 감기 명상... 금세 개운해지고 조용해지는 마음..


매 순간 문득, 나에게 물어본다

지금 나는,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는가?


조급한 성미인 시간이 어쩐지 온순해지는 느낌..

고요히

지금 이 순간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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