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를 두고 사계절을 바라보라

by 사과이모


'한 나무를 두고 사계절을 바라보라'


법정스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법정스님은 내 인생에 깊은 영감을 주신 분인데, 자연과 벗삼아 살아오신 스님의 말씀 따라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기록하기로 결정하고, 일하다 나가면 볼 수 있는 벚나무 한그루를 정하고, 이름은 '행복이'로 정했다. 그렇게 녀석을 나의 1년에 초대하였다. 일하다가 쉬고 싶을때면 찾아가 말도 걸어보고,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면서 1년을 함께 건너온 행복이. 세상 수많은 벚나무가 아닌, 나에게 단 한 그루가 되어준 고마운 나무. 흔하게 볼 수 있다는 마음 내려놓고, 아 벚나무 내가 잘 알지? 하는 아는 마음 내려놓고, 언제 보아도 처음 보는 마음으로 나무 한그루를 소중하게 느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1년간 한 그루의 나무를 관찰하였다. 나무는 매순간 온 우주와 교류하고 있었다. 그는 뿌리로 대지를 흡수하고, 잎으로 호흡하고 있었고, 태양과 바람과 달과 별과 눈과 비와 대기의 온갖 미생물들과 교류하면서 눈에 띄지 않지만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성장하고 있었다. 나무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이 우주에 내맡기고 있음을. 그것은 절로 되어지는 것임을.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순간순간의 있음' 그 자체로 존재하던 나무. 인간인들 나무와 다를 바가 무어에 있겠는가. 내 생각으로 내가 잘났다고, 내 것이라고 생각할 뿐, 그 생각을 내려놓으면 그저 온 우주와 자연과 순환하며 절로 성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인간이라고 뽐낼 것도 없지 않겠나.


한편으로 인간으로 태어나서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태풍으로 비바람 부는 날은 잘 있나 걱정되는 마음, 예쁜 꽃을 피워내서 기특한 마음,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든든한 마음, 반가운 마음, 설레는 마음, 안쓰러운 마음... 이런 다양한 마음은 인간으로 태어나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마음이니 매순간 얼마나 귀하게 여겨야 하는지!


겨울이 시작되는 즈음. 앙상한 겨울나무는 봄을 기다리지 않는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오직 사람들 뿐, 나무는 계절의 순환에 자신을 내맡기며 지금의 겨울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있다. 마치 깊고 깊은 겨울 안에 '봄'의 씨앗이 숨겨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바야흐로 겨울이다. 봄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keyword
이전 29화봄꽃과 가을바람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