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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Sep 20. 2023

내가 나를 잘 지켜낼 게



사람들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들이 하는 행위에 '그냥'은 없다. 그 모습은 때로 엉뚱하기도 하고 비논리적이기도 하며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작은 인형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다던지, 혹은 그걸 잃어버리고 며칠을 운다던지, 밤 10시에는 꼭 촛불을 켜고 기도해야 해서 서둘러 집에 가야 한다던지, 돌아가신 지 꽤 지났는데 사망신고를 미루고 있다던지, 터미널에 나가 오래도록 앉아 있다던지...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까 봐 물어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의 아픔을 느끼면서도 모른 척하는 나를 마주할 때면 씁쓸해진다. 그럴 때의 나는 사랑에서 멀어져 있다. 나에 대한 사랑도. 타인에 대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이.


어른이 된다는 건, 논리적인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적어도 논리적인 척하고 살아야 이 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충분히 논리적이다. 나는 어떤 면에서 당신이 비논리적이었으면 한다. 지키고 싶은 걸 지키기 위해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의미 있는 행동을 했으면 한다. 누군가 미신으로 본다 해도 개의치 않고, 누군가 물어봐주길 바라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듯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일기장을 남몰래 펼치듯이, 당신 삶에 당신만의 리츄얼이 있었으면 한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있어야 무심하게 지나쳤던 타인의 몸짓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법이니까.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 순간부터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더 관대해졌다. 예전에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손가락질하던 일이 줄어들었다. 그들도 나와 같이 사정이 있겠지, 그들도 나와 같이 슬픔과 아픔과 좌절을 경험했겠지.. 그 고단한 시간을 거치면서도 내려놓을 수 없는 지키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는 거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조차 내려놓는 날이 오겠지...


이 세상에 나 제대로 아는 사람, 당신 한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어.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흐르다가 문득, 그 한 사람이 나여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다가도 문득 문득 당신만은 당신만은 나를 믿어줄꺼지, 묻고 싶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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