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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May 03. 2023

제일 먼저


불현듯 어떤 이가 보고 싶거나 안부가 궁금할 때가 있다. 무의식 속에 있는 어떤 그리움 비슷한 감정이 툭 튀어나올 때, '불현듯 당신이 생각났다'로 표현할 수 있겠다. 당신이 생각났다,는 약간 밋밋한데 '불현듯'이 붙으니 두근두근 해진다. 오호, 사랑을 닮은 부사로군! 허나, '불현듯'만 사랑을 닮았다고 하면 들고일어날 부사들이 많은 것이다. 먼저 '불쑥'과 '화들짝'이 앞장서기 시작하면, '문득'과 '갑자기'와 '와락'이 그 뒤를 이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약간 뜬금없지만 '뜬금없이'와 '생뚱맞게'와 '어이없게'까지 나서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어이없게 네 생각이 났어.' 들이밀만 하지 않은가? ㅎ) 어느 단어에게 1등을 주어야 할지 생각할 즈음, 유치원 교사를 하는 지인과 나누면서 1등 자리를 넘겨줄 부사를 운명적으로 만나고 말았다!


5살 꽃들반 수업시간, 아이들은 꼬물꼬물 무언가를 만든다. 클레이로 화분을 만들고, 색종이로 바람개비를 만들고, 수수깡과 우유갑과 나뭇잎으로 비행기를 만든다. 꼬마 예술가들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들고 선생님한테 달려와서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한다고. '이거 우리 엄마 줄 거예요. 이건 할미, 아빠, 형아 줄 거고요...' 


아이들에게는 '만들다'라는 단어가 '만들다 + 준다'가 결합된 형태로 인식되어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만들다'라는 혼자적인 단어를 '만들어 준다'라는 함께적인 단어로 만드는 마법사인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제일 잘 만든 것을 엄마, 아빠에게 선물하며 소중히 간직하기를 당부하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아직도 잘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고 들쳐보고... 그랬다. 작은 사람이던 시절, 나는 사랑이 흘러넘쳤다. 막 주고 싶었다. '제일 먼저' 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사랑이구나, 아이들을 통해 또 한 번 배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에게 충분히 넉넉하게 주는 사람이고 싶다. 내 혼자 먹자고 만들기보다 너에게 주고자 만들 때 음식에는 마법이 깃드는 법이다. 만들어서 주는 것. 어린 시절 느꼈던 사랑의 감각을 더듬어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이든 '만들어 주고 싶다.' 무얼 만들까 생각하는 순간 이미 시작된 사랑은 만드는 내내 곳곳에 스며들어 당신이 받아 들 즈음 사랑이 가득 흐르고 있을 것이다.


주고받는 기쁨의 감각을 한껏 느끼며 살고 싶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저 주고 싶었던 작은 나를 떠올리며 :) 제일 먼저 내 우주를 만들어 주신 나의 첫 우주, 부모님께 만들어드리 차려드리고 대접해드리고 싶은 오월이다.


'제일 먼저'가 가장 사랑에 가까운 부사라면,

'만들어 주다'는 사랑을 담은 가장 예쁜 동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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