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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Nov 02. 2023

웃기고 싶은 마음도 사랑


최근에 아는 지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분이 참 시원하게 잘 웃거든. 그분이 웃을 때마다 언니 생각이 나더라. 비행기를 두 번이나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먼 나라에 있는 언니. 나 오늘은 언니 생각을 많이 했어. 걸어 다니면서 언니한테 말도 걸고. 언니 거기 좋아? 언니 언제 와? 언니 보고 싶다. 언니, 언니. 하면서.      


언니, 나는 언니가 참 좋았어.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까 어떤 시절을 떠올리면 거기 늘 언니가 ‘있는’ 거야. 빈틈없이 그 시간에 촘촘히 박혀있는 거야.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어. 진짜 내 옆에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 나와 함께 하는 시간에 진짜 나와 함께 있는 사람.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 언니는 특히 웃을 때 온몸으로 웃는 사람이지. 실없는 내 이야기에 팝콘 터지듯이 몸을 앞뒤로 흔들어 젖히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 대면서 커다랗게 웃는 사람. 나는 언니, 그게 너무 좋았어. 나도 웃음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좀 조용히 웃는 편인데. 언니는 정말 정말 기분 좋게 어린아이처럼 웃거든. 그런 언니를 보면 막 더 웃기고 싶더라. 타고나길 유머감각 같은 건 장착되지 않은 내가, 웃게 해 주고 싶은 거야. 이팝나무에 소복히 매달린 눈꽃처럼 하얗게 웃는 언니 모습이 너무 좋아서. 그러고 보니 ‘웃기고 싶은 마음’도 사랑이구나. 사랑하니까 웃게 해 주고 싶은 거구나. 와, 그럼 개그맨들은 사랑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랑쟁이들. 신께서 주신 가장 값진 재능이 아닐까. 누군가를 웃게 해주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사람치고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대체로 그들은 실없고 어린아이 같고 엉뚱하고 호기심 많고 그렇지.     


언니, 내가 말했었나. 나 개그 동영상을 정기적으로 열심히 본다고. 타고나길 웃기지 않으니까 연습하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면, 재미있는 이야기 전해 주려고. 기억해 두었다가 언니가 오면 이야기해 줘야지.

     

‘보고 싶다’라는 감정이 얼마나 애틋한지 알아? 다른 사람의 웃음 속에서도 언니를 만나는 마음. 언니를 느끼는 마음. 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 오래 못 본 우리. 다시 보면 얼마나 반갑고 좋을까? 언니는 또 얼마나 깔깔대고 웃을까? 떠올리면 가슴이 포롱 포롱해져. 언니, 보고 싶다.      


근데 언니, 우리는 동갑인데 왜 서로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걸까. 처음 회사 동료로 만나 서로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어쩌다 보니 '언니'로 부르다가 거의 15년을 그렇게 부르게 된 거잖아. 나는 근데 그것도 너무 좋아. 이상한데 좋아. 이상해서 좋아.


그리운 내 사람. 한정민 언니.



p.s 내가 보내준 이 글을 보고, 와~ 나 이 글 출력해서 액자에 걸어놓아야지, 하는... 언니는 그런 사람. 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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