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주는 선물

by 사과이모


'오늘은 당신, 내일은 나'


스웨덴의 건축가, 아스플룬드는 '숲의 묘지'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5년 만에 자신의 아들을 잃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숲의 예배당' 문에 '오늘은 당신, 내일은 나'라고 새겨 넣었다.


가까운 지인의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오래 고생하지 않고 가셔서 다행이다. 담담하게 감사로 받아들이는 지인의 표정에서 은은한 물빛 같은 슬픔을 보았다. 같은 날, 같은 장례식장에는 군인 옷을 입은 30살 청년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행복하지 않은 어떤 사연이 있을지 추측해보다가 서둘러 멈추었다. 상상력은 이럴 때 쓸데없이 나댄다. 순식간에 가슴에 시퍼런 슬픔이 밀려온다. 어느 나이에, 어떤 모습으로 떠나는지 그 슬픔의 크기는 감히 비교할 수 없다. 우리는 살면서 그토록 타인과 비교하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짐짓 점잖은 태도를 취한다. 죽음을 비교할 수 없다면, 그만큼이나 고귀한 삶도 비교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간이 아까워..'라는 양석형의 대사가 머리를 맴돌았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으로 '죽음'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남들 눈치 본다고, 남들과 비교하느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는 삶은, 비겁하다. 당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오롯이 내가 나에게 하는 독백이다. 그런데 당신도 그러하지 않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당장 하면서 살아야지, 생각하다 보니 문득 더 힘껏 사랑해야지, 로 가 닿는다. 사랑하고 살기에도 모자란 시간들이다. 결국 다 내려놓다 보면, 우리는 모두 같은 곳에 닿을 수밖에 없다. 죽음도 뛰어넘는다는 '사랑' 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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