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 좋다고 말 못 하는 이유

by 사과이모
시간이 너무 아까워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하고 싶은거 지금 당장 하면서 살래 (1).png


'선생님.. 저는 춤추는 게 너무 좋아요'


포카혼타스처럼 커다란 눈매가 아름다운 30대 처자는,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듯이 우물우물 말을 시작했다. 춤추는 게 좋은 것이 상담 이유가 될 리는 없다. '춤'이 문제인가, '좋다는 것'이 문제인가, 알쏭달쏭한 마음을 감추고 느슨히 물어본다.


"아 그렇구나.. 춤 잘 추는 사람 멋지죠. 춤추는 걸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그게요... 좀 너무 좋아요.

그리고 선생님한테는 말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이상한 애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


아... '춤'도 '좋음'도 문제가 아니었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그 지점에서 그녀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에요? "


"막 살아있는 것 같고 너무 기분이 좋아요."


영화 '빌리 엘리엇'의 대사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마치 한 마리 새처럼,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날아오른다던 빌리. 춤 이야기를 할 때 활짝 핀 장미처럼 화악 피어오르던 그녀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까지 떠오르며 왜 우리는 자신의 기호조차도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저당 잡히는가, 하는 통탄감이 느껴졌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좋아하는 그 행위에 대해 본인이 덧씌워놓은 생각'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 그녀가 살아온 환경, 교육, 사회가 만들어놓은 생각 때문이다.


BTS가 국위선양을 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아이돌이 춤을 잘 추는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면서 내 주위 사람이 소위 말해 '춤에 미쳐 있는 것'을 볼 때, 염려부터 시작한다. 비단 '춤' 뿐이겠는가, 그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춤추는 게 좋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 같아요?"


" 노는 사람으로 볼 것 같아요. 책 읽고 공부하고 성장하고 그래야 되는데 넌 놀기만 좋아하는구나..."


"사람들이 그렇게 보면 어떤 감정이 느껴질 것 같아요?"


"그냥 뭔가 죄책감 같은 것(부모님에 대한).. 그리고 부끄럽기도 하고.. 스스로 자책하게 되기도 하고요"


"아이돌들은 연습생 생활을 하죠. 춤을 하나도 못 추다가 춤을 잘 추게 되면 그건 엄청난 성장이고 성과잖아요. 춤꾼의 관점에서는 어떤 경지에 올라간 것으로 볼 수도 있잖아요. 그런 관점은 어때요? 어제보다 오늘 춤을 더 잘 추게 된다는 건 성장이고 성과다!'


"..... 그렇긴 한데 왜 죄책감이 들까요?"


"춤을 출 때, 기쁜 마음은 없어요?"

"춤출 때는 기뻐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집에 돌아올 때는 죄책감이 들어요"


죄책감을 느끼지만 '기쁨'이 있다. 매우 좋은 단서다. '죄책감'은 그녀가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주변(특히 부모님) 눈치를 보았던 시간들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일 수 있다. 반면, '기쁨'은 지금 그녀의 가슴에서 두근두근 뛰고 있는 것이다. 하나는 과거의 묵은 감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살아있는 지금 여기, 현재의 감정이다. 묵은 것보다 새것이 좋은 것은 당연한 것! 그러니 죄책감과 기쁨 중에, 기쁨이 주된 감정일 수 있다.


상담자가 바라봐줘야 하는 영역은 이런 부분이다.


'그녀가 드러내지 않으면서 느끼고 있는 감정'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느끼고 있는 감정'


그녀가 느꼈던 주된 감정인 '기쁨'을 나누기로 한다. 어쩌면 그녀는 죄책감이라는 가면에 숨겨져 있는 '기쁨'을 나누고 싶었는지 모른다. 춤출 때의 기쁨에 대해, 자신이 얼마큼 생생하게 살아있는지에 대해 나누고 싶었는지도. 그리고 누군가 한 명쯤은, '마음껏 춤춰도 괜찮다고, 춤을 추면서 기뻐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지도.


"춤을 출 때, 기쁜 마음은 없어요?"라고 물었을 때 언뜻 비추는 작은 미소를 발견해주기.

"기뻐해도 괜찮아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 자신의 가슴이 기쁜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지지해주도록 돕는 것이 상담자가 그 순간에 해야 할 전부다.


'아.. 나는 춤추는 게 좋구나... 좋아해도 괜찮구나.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른 거지, 좋은 것, 나쁜 것은 없구나..' 그렇게 그녀가 스스로를 허용하고, 사랑해주고, 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춤추는 이야기를 신나게 듣다가 상담시간이 훌쩍 지났다. 온주의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누군가의 살아있는 '기쁨'을 듣는 시간은 내 가슴도 두근두근 살아숨쉬게 한다.


춤추고 싶은 날이다.

Shall we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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