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버무려진 비빔밥 같은 세상

by 사과이모
(상민) 처음엔 '독립운동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가슴에 뭔가 하나 품고 사는 기분. '나의 해방' (태훈) 근데 출발은 했는데 뭐가 없지 않나요 (향기) 근데 아예 없다고는 또 못하지 않아요 (.png


수많은 명대사를 남긴 '나의 해방일지'에서 내 가슴과 공명했던 대사는 '내 문제점을 짚는 것이 해방의 전부'라는 미정의 말이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싸움은 상대가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 엄습해오는 불안과의 싸움일 것이다. 적을 안다면 싸움은 절반 이상 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알 수 없는 불안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나 역시 그러했다. 다들 비슷하게 살아가는 인생살이, 나에게만 불행을 쏟아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들 여러 가지 이유로 출렁이며 살고 있었다. 앞에서 뛰니까 우선 달렸다. 달리면서도 무엇을 향해 달리는지 물어볼 곳이 없었다.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를 곱씹어보았다. 무엇이었을까. 무엇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걸까. 녀석의 정체를 찾는다면 미정의 말대로 어쩌면 내가 이기는 싸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 마음을 보살피고 다독이면서 조금 나아진 것 같다가도, 어느새 삐걱대는 내 마음은 도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어디에 갇혀있는가.


오랜 사유 끝에, 나는 내 생각 속에 갇혀있었음이 알아졌다.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가장 못살게 굴고 있었다. '이 정도는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나의 생각. 나를 둘러싼 사회와 교육, 부모의 기대, 주위 사람들의 생각이 각각 재료가 되어서 대충 버무려진 맛없는 비빔밥 같은 세상. 그 속에서 내가 살고 있었다. 딱히 어떤 재료가 문제인지는 딱 잡아낼 수 없으나 그것들이 한데 섞여서 내 삶의 중앙에 똬리를 틀고 매끼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살면서 '이 정도'가 어느 만큼 인지 가늠이 안 되어서 힘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허했고, '이 정도'를 메꾸기 위해 스펙을 쌓고 연봉을 올리고 이직을 했다. '나는 이 정도는 되는 사람'이라고 세상에 증명해 보이기 위해 오래도록 종종거리며 살았다. 돌이켜보면 이 정도 되는 척하며 사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문제의 원인은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타인의 기대나 시선에 있었다는 것. 이제는 '이 정도는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 생각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 생각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오래도록 안고 살았던 것은 나였다. 나를 힘들게 했던 녀석의 정체를 알았으니, 이제는 녀석과의 동거를 마치기를 결정한다. 나도 모르게 주인행세를 하던 생각과 과감히 이별하고,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내가 원하는 생각을 하기로 한다.


'나는 지금 여기 내 삶을 100% 즐긴다!'


세상은 끝없이 이 정도 되는 사람이 되라고 속삭일 것이고, 사람들은 달릴 것이다. 그 속에서 나는 계속 넘어지고 다시 흔들리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럼에도 안심되는 이유는 어느 산을 올라야 하는지 알았으니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는 것. 지리산 올라야 하는데 한라산 오르면서 이 산이 맞나, 의심하는 시간은 이제 더 이상 없다는 것. 매일 매 순간 지금 여기로 돌아오면 된다는 것. 내 삶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내 눈앞으로. 지금 내 앞에 사람에게로.


이 정도는 되는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 삶을 생생하게 살기 위해...

나의 진정한 해방, 자유로운 삶을 향해...!!

keyword
이전 04화내 욕망은 말을 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