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이었을까. 브런치스토리팀에서 알림이 왔다. 나의 글이 daum과 브런치 SNS 계정에 소개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날아온 의외의 소식이었다. 어쨌든 작가라는 후한 호칭과 함께 발을 디딘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초입에 상장 비슷한 것까지 안겨주니 나름 좋은 시작이었다.
구독자도 없고 조회도 얼마 이루어지지 않은 나의 글을 굳이 선정해 준 브런치팀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공평하게 브런치에 오르는 글들을 살펴보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마치 그래미 어워즈에서 대중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의외의 뮤지션이 큰 수상을 하듯이 이곳에서도 많이 읽혀지지는 못했지만 좋은 글들이 발굴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에게 브런치는 묵묵하게 종종 긁어 볼 수 있는 복권과도 같은 뉘앙스도 가지고 있다.
사실 대세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은 결국 정형화될 수밖에 없다. 대세에 선호되는 단어와 문장들을 사용해야 하고 선뜻 클릭 유도할 만한 소재와 제목을 선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매뉴얼에만 집중하다 보면 모든 글의 스타일은 같아지고 자신만의 고유함은 사라진다.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고 싶은 한 편의 글이라고 생각하며 썼지만 사실은 온갖 호객 문구로 무장한 마트 전단지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전단지는 눈에 띄기는 싶지만 그것을 정독하고 음미해 볼 생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에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마치 양치기 소년의 종말처럼 독자들은 해당 글쓴이들의 글에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아주 흔한 문구 중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획일화된 세상이란 배경에 도드라진 무늬를 수놓은 수 있는 방법은 전에는 없던 나라는 개성과 독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어떻게 하면 작가(作家)의 꿈을 이룰 것인가를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가작(佳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덧없는 공상도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 또한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브런치스토리 10주년을 축하하며.